韓·中 통화스와프 일단 종료..재협상 가능성 '온도차'

유엄식 기자 2017. 10.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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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고위 인사 "협상 잘 진행되고 있다" 밝혔지만 중국 측 공식반응 없어..18일 공산당 전당대회 분수령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오른쪽)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9월 14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국과 중국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10일 자정을 기해 공식 종료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월 첫걸음을 뗀 지 9년 만이다.

11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통화스와프 계약 만기일까지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연장 여부에 대해선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1222억달러였던 한국의 대외 통화스와프 규모는 622억달러로 절반 가량 축소됐다.

양국 경제협력 상징이었던 통화스와프 계약이 기한 내에 연장되지 못한 까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이 컸다.

양국은 지난해 4월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에 원론적으로 합의한 뒤 실무 협의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초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사드 2기 배치를 결정한 뒤 외교 관계는 냉랭해졌고 7월말 추가 배치 결정 이후 더 악화됐다. 앞서 순탄했던 협상에 난기류가 흐른 것도 이때부터라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스와프 계약은 기한 내에 협의를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금융시장 영향을 고려해 재연장 여부에 대해선 당사자간 입장을 밝혔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만료된 54억달러(200억디르함/5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과 아랍에밀레이트연합(UAE) 통화스와프 계약도 양국이 만기연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1년째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그래서 양국 통화스와프 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한·중 통화스와프의 경우 만기일이 지난 현재까지 양국이 만기 연장 여부, 계약 규모 등 어떤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한은과 기재부는 지난 9일 공동 명의로 출입기자단에 한중 통화스와프 협상에 대한 ‘노코멘트’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결과 당분간은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튿날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에 대해선 “아직 모든 게 완결되지 않았고 오늘도 회의가 잡혀 있다”며 “이런 기사가 나가면서 오늘 회의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반응은 정치권의 협상 타결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중 통화스와프 문제는 양국 공식 발표 전에 일방에서 발표하기 어렵지만 연장이 관계 개선의 사인이라는 점은 공감한다”고 했다.

지난 9일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어려워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공개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지만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고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중 통화스와프와 관련한 국책연구기관 당국자 발언을 소개했다.

바이밍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10일자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30여개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지만 실제 가동된 경우는 많지 않다”며 “한·중 경제 상황을 미뤄봤을 때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는 중국 측이 협상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일각에선 18일 열리는 제19차 공산당 대회 이후 차기 지도부가 결정되면 중국이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는 위안화 국제화를 도모하는 중국이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반면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재협상이 어렵다는 우려도 많다.

전문가들은 한중 통화스와프 종료로 당장 국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향후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긴축 통화정책에 대응해 외환보유액을 더 쌓고, 중국 이외에도 다른 주요국들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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