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등용문? 우승은 탐나지만 미국 진출은 '글쎄요'

입력 2017. 10. 1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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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최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 국내 선수들 '투어 카드'에 심드렁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직행 티켓을 잡아라."

불과 몇년 전만 해도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기 전이면 언론을 장식한 제목이었다.

오는 12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 코스에서 치러지는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한국 땅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투어 정규 대회다.

한국 땅에서 열리기에 LPGA투어 정규 대회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준다.

L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국내 선수들에게는 LPGA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기회다.

2002년 이 대회를 국내에 유치했을 때 명분도 국내 선수의 미국 진출 등용문 역할이었다.

실제로 안시현(200년), 이지영(2005년), 홍진주(2006년), 그리고 백규정(2014년) 등 4명의 국내 선수가 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국내 선수들이 LPGA투어 직행 티켓이 걸린 이 대회 우승을 열망했다.

국내 선수로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에게는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해 박성현(24)은 이 대회에 앞서 "스크린 골프장에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 코스를 선택해 연습했다"고 할 만큼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LPGA투어 진출 쪽으로 마음이 기운 박성현은 이 대회에 걸린 LPGA투어 직행 티켓이 탐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LPGA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겠다"는 출사표를 낸 국내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우승을 목표로 뛰겠지만, LPGA투어 진출 티켓이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심지어 "우승해도 LPGA투어 카드는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힌 선수도 한둘이 아니다. 더는 '신데렐라' 탄생의 무대가 아닌 셈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KLPGA투어 선수는 모두 16명이다. 지난달 17일 자 KLPGA투어 상금랭킹 상위 12명과 초청 선수 4명이다.

LPGA투어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와서도 우승하기 어려운 KLPGA투어를 주름잡는 정상급 기량을 갖췄기에 얼마든지 우승을 노릴만 한데도 그렇다.

이 대회 우승으로 받을 수 있는 LPGA투어 직행 티켓을 마다하는 국내 선수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언젠가는 LPGA투어에 도전하겠지만, 아직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선수들과 아예 미국 진출을 생각지도 않는 선수들이다.

상금, 평균타수, 다승, 대상 포인트 등 4개 부문 선두를 달리는 이정은(21)은 "미국 진출은 아직 계획에 없다"고 자주 말해왔다. 당분간 LPGA투어보다는 국내 무대에 집중한다는 게 이정은의 인생 설계다.

이정은이 이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이런 생각이 바뀔 공산은 크지 않다.

올해 2승을 올리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오지현(21)은 "언젠가 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LPGA투어 대회에 적지 않게 출전한 경험이 있는 고진영(22)과 김민선(22) 역시 굳이 이 대회 우승으로 LPGA투어 카드를 따겠다는 열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26)과 김해림(28), 김자영(26), 김지현2(26) 역시 LPGA투어 직행 티켓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아예 LPGA투어에 도전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다만 LPGA투어에서 1인자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지닌 최혜진(18)은 "고민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내 선수들이 LPGA투어 직행 티켓이 이렇게 심드렁해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LPGA투어가 선수들에게 더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이 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지애(29)와 장하나(25)가 LPGA투어 카드를 자진 반납하고 각각 일본과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 것은 선수들이 LPGA투어 생활의 고단함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KLPGA투어의 대회 수가 많아지고 상금 규모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LPGA투어가 아니라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선수 생활을 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LPGA투어 대회 출전 기회가 예전만큼 좁지 않다.

한때는 국내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LPGA투어 대회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말고는 없었다. 지금은 KLPGA투어에서 정상급 성적을 내면 연간 4∼5차례 LPGA투어 대회에 출전은 어렵지 않다.

박성현은 우승 없이도 틈틈이 출전한 LPGA투어 대회에서 모은 상금으로 이듬해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LPGA투어에 직행한 선수가 정작 미국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작용하고 있다.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 등은 이 대회가 배출한 '신데렐라' 4명은 LPGA투어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대다수 KLPGA투어 선수들은 KLPGA투어에서 실력을 쌓으면서 LPGA투어에 가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만큼 준비가 됐을 때 도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시즌 막판에 치러진다는 점도 선수들에게는 부담이다. 시즌 초반이나 중반에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이듬해 LPGA투어 진출에 대비해 준비할 물리적 시간이 주어지지만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준비할 여유가 거의 없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이제 LPGA투어로 가는 등용문의 역할보다는 LPGA투어를 휩쓴 한국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한바탕 축제의 성격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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