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짜 배경이 뭐니

이재운 2017. 10.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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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스마트폰, 서버에 걸친 수요 폭발적 증가
대규모 자본 필요 특성상 공급 증가는 제한적
도시바 매각작업 장기화도 시장 전체에 영향
AI-스마트카 발전.."호황 종료시점 예단 불가"
삼성전자의 휴대용 SSD ‘T5’.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은 전방위적인 낸드 수요 폭증으로 계속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에 우리가 흔히 알고 사용하던 저장장치는 하드디스크(HDD)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새롭게 부상한 낸드플래시는 PC에 장착되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엄청난 성장을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 확산에 D램 수요도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PC에서 스마트폰, 서버로..‘인기’ 계보 꾸준히

최근의 상승세는 여기에 이른바 ‘기업용(Enterprise)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것 또한 주요하게 작용했다.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저장장치(스토리지)에 지난해부터 ‘올플래시(All Flash)’, 즉 낸드플래시메모리로만 100% 구성된 제품 도입이 증가하면서 낸드 수요는 기존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IoT라는 이름으로 가전이나 산업용 장비 등에 부착한 각종 센서 장치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빅데이터 활용의 증가가 작용했다.

PC나 스마트폰에서도 여전히 성장세가 높다. 증권가와 시장조사업체들은 PC 시장에서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10 출시를 비롯해 구형 제품의 교체수요가 발생하면서 D램과 SSD 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듀얼카메라, UHD 영상 촬영 등으로 평균 저장용량의 증가가 작용해 낸드 수요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oT 기기의 증가로 D램 수요도 역시 꾸준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캐리 맥길브레이 부사장은 “IoT에 대한 논의는 이제 관련 제품의 갯수를 논하는 단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요 증가 요인은 ‘인공지능(AI)’이다. 삼성전자(빅스비), 애플(시리), 구글(어시스턴트) 등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잇따라 AI 비서 기능을 선보이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AI를 통한 경영 개선을 꾀하면서 역시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늘리고 있다. 전체적인 수량은 물론 용량도 기존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장치산업 특성-도시바 자중지란..공급량은 제자리

이에 비해 공급의 증가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 또한 슈퍼사이클로 인한 제조사들의 이익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와 달리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한 업체가 직접 해야 하는 구조로, 단박에 생산 용량(CAPA)을 늘리기에는 재무적인 부담이 크다. 수요가 늘어날수록 수익은 자연스레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수직으로 칩을 적층하는 3D(3차원) 낸드로의 전환, 그리고 점유율 2위인 도시바메모리의 매각 장기화로 역시 공급 증가에 제약이 생긴 것 또한 영향을 끼쳤다. 3D 낸드는 같은 면적 안에 수직으로 여러 층을 쌓아 용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칩 설계가 가능한데, 공정이 기존(2D) 제품과 다소 달라 생산라인 전환에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 동안 생산량이 줄어든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에서 점차적으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졌다.

도시바메모리는 모기업 도시바가 회계부정으로 인해 뒤늦게 드러난 대규모 손실을 메우는 과정에서 1년 가량 매각전을 끌어오면서 투자가 지연된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미루면서 공급 증가가 일어나지 않았고, 다른 업체도 이에 따라 증설 시기를 늦추면서 역시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앞으로 3D 공정 전환 등의 화두가 남았는데, 일본(도시바·호야)과 한국(SK하이닉스), 미국(베인캐피탈 등) 등으로 구성된 주주들간 의견 조율이 필요해 역시 증설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호황은 끝은 언제? “예단 어려워”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이 언제쯤 끝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누구도 명확하게 내놓지 못하는 문제다. 제조사는 물론 증권가, 시장조사업체도 특정 시기를 놓고 예측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최근 IHS마킷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1321억6500만달러(약 151조원)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에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는 했지만, 신기술의 등장과 새로운 기기의 개발 등 변수가 많아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특히 자동차에 컴퓨팅 기능이 접목되는 ‘스마트카’의 확산과 AI의 확대·발전 등 수요를 계속 견인할 요소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역시 호황의 끝이 언제라고 예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중국 업체가 정부와 함께 손 잡고 시장 진출을 계속 타진하고 있어 이들의 생산 안정화가 언제 이뤄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란 첸 디램익스체인지 선임연구원은 “올해 전체에 걸쳐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의 2D에서 3D로의 공정전환에 따른 공급 감소가 수급 부족의 주요 원인이었다”며 “현재 도시바메모리가 증설용으로 투자하는 신규 공장(팹6)이 매각 이후 기존 파트너인 웨스턴디지털과의 분쟁 가능성이 남아있어 가동 개시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이재운 (j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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