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팩트 체크] 홍준표가 말한 '통신조회'는 번호 주인 확인

최경운 기자 입력 2017.10.11. 03:12 수정 2017.10.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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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허가로 통화내역까지 보는 통신사실확인과는 성격 달라
경남경찰청 "지역공무원 수사때 등장한 번호 가입자 확인"해명
한국당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비슷한 경우 때 사찰 의혹 제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9일 사정 당국이 자신이 사용하는 수행비서 휴대전화에 대해 통신조회를 했다고 밝혀 사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홍 대표 측과 해당 통신조회를 했던 기관들 설명을 들어보면 사찰이라고 하기엔 무리란 지적이 많다. 홍 대표 전화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본 게 아니라, 다른 수사를 하다가 혐의자가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소유주를 확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이었을 때 이런 경우를 "사찰 의혹"이라고 해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여야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통신조회 남용 방지 대책을 논의할 일"이라고 하고 있다.

홍 대표 측이 전날 통신사에서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홍 대표 수행비서 손모씨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자료조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8월까지 총 6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3차례는 경남 양산경찰서(지난해 12월 13일)와 경남경찰청(지난 2월 24일, 4월 12일)이, 나머지 3차례는 서울중앙지검(올 3월 23일, 4월 12일)과 육군본부(올 8월 21일)가 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10일 일제히 "사건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 전화번호 내역에 홍 대표 수행비서 번호가 포함돼 (가입자 정보를) 확인했을 뿐 사찰이 아니다"고 했다. 경남경찰청은 "지역 공무원 범죄 혐의를 수사하다가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내역에 손씨 전화번호가 등장해 가입자 정보를 조회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손씨에 대한 통신자료조회는 2건의 사건 수사 대상자와 여러 차례 통화한 다수 상대방 인적 사항을 확인하던 중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육군도 "육군 보통검찰부가 지난 8월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번호의 인적 사항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세 기관 모두 "손씨는 수사 대상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 홍 대표 측이 공개한 자료는 수사·정보 기관이 수사·방첩 목적으로 휴대전화 가입자 명의 등을 확인하는 '통신자료조회' 자료였다. 법원 허가를 받아 해당 전화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는 '통신사실확인'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범죄 피의자를 수사할 때 그의 통화 내역을 조사하는 게 통신사실확인이고,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 인적 사항을 알아보는 게 통신자료조회다. 통신자료조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연간 천만 건을 넘을 정도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가 수사기관 등에 제공한 통신자료조회 건수는 2014년 총 1296만7456건, 2015년 1057만7079건, 2016년 827만2504건, 2017년 1~6월 336만8742건이었다.

다만 민주당도 야당 시절부터 이런 경우를 문제 삼아 사찰 의혹을 계속 제기해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국정원과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할 때 비서실에 근무한 여성 당직자에 대해 두 차례 통신자료조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유기홍 당시 의원 등도 수사·정보기관이 자신들의 통신자료를 수집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에선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상대방 인적 사항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에선 모든 당직자가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 확인서를 요청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무차별 사찰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통신자료조회는 통신 수사의 한 수단일 뿐 특정인을 겨냥한 사찰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 통신자료조회가 남발될 경우 통신비밀·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은 있다. 법조계에선 "정치권이 사찰 공방으로 몰고 가기보다 남용 가능성을 막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