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용띠클럽’이 베일을 벗었다. 늘 봐왔던 또 하나의 30~50대 ‘중년 사나이들의, 이들에 의한, 이들을 위한 예능’의 출범이다. 다섯 남자의 포장마차 속 진한 수다는 뻔한 듯 익숙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익숙한 듯 친근하게 다가설 소지도 있다.

10일 밤 방송된 KBS2 새 예능프로그램 ‘용띠클럽-철부지 브로망스’(이하 ‘용띠클럽’)는 20년 지기 용띠 연예계 절친 김종국 장혁 차태현 홍경민 홍경인 등의 여행 계획, 출발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여행에 앞서 다섯 남자는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 펼칠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종국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유부남이었다. 40대 노총각에게도 유부남들에게도 돈을 벌고 삶을 살아내는 일은 녹록치 않은 미션이다. 이들은 때때로 짙은 한숨으로 자조를 드러내기도 했다.

드디어 촬영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김종국과 차태현이 먼저 차를 몰고 멤버들을 픽업하기 시작했다. 이동 중에도 이들은 문자와 전화를 통해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소소한 장난을 쳤다. 중년 남자들에게도 고등학생 교우 같은 편안함이 흘렀다.

이들은 차를 몰고 가면서 와이프, 아이들 얘기도 서슴없이 했다.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내오며 쌓인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차태현은 박사 학위 시험을 본 와이프의 이야기를 했고, 장혁은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 푹 빠진 아이들의 상황도 허심탄회하게 고백했다. 가정사까지 솔직하게 고백해야 캐릭터가 잡히는 예능국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장혁은 “확실히 예능이 쉽지가 않더라. 언제 치고 언제 빠져야 하는지.. 차라리 연기하는 게 낫지”라며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물론 이들에게 예능은 잘 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이런 기회를 핑계 삼아, 친구들끼리 그간의 근황을 전하는 수다의 장으로도 비춰졌다.



어디선가 한 번 본 듯한 기획의 짜깁기임은 분명했다. ‘1박2일’ 시즌에 뿌리를 두는 여행 콘셉트, 종합편성채널 JTBC ‘아는 형님’을 떠올리게 하는 남자들만의 걸쭉한 입담 등은 그 자체로 누군가에겐 무한 반복이나 ‘후크송’의 식상한 후렴구로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여행길에 오른 저녁마다 팝업 형태의 포장마차를 운영한다는 또 하나의 미션이 가미됐지만, 이 역시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등이 성행하는 현 상황에서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먹힐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선호도와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이처럼 반복되는 남자들의 여행기 설정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용띠클럽’은 충분히 반색할만한 편안함으로 다가설 수도 있다. 제작진은 익숙함이 곧 즐거움인 일부 시청층을 본격적으로 공략해야 할까.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 K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