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예술에 VR 융합..베를린 4차산업혁명 허브로 변신

나현준 2017. 10.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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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스타트업 메카'로 급부상 중인 독일 베를린에서 VR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래 직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스타트업 종사자 100명 중 약 35명은 동유럽, 러시아 등 외국 출신일 정도로 '국제화'를 자랑한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베를린 베타하우스'와 '베를린 스타트업 캠퍼스 팩토리' 등 공유 사무실은 약 750명의 스타트업 종사자를 수용하며, 저렴한 임대료와 스타트업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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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물가·영어·개방성 갖춰 스타트업인재 35%가 외국인
'스타트업 캠퍼스 팩토리' 로 성공기업이 신생업체 멘토링
가상현실업체 'ALL VR' 도 지멘스 상생센터서 창업해

◆ 4차 산업혁명 '듣보잡' 시대-2부 ② ◆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사람들이 테마 공간에서 미션을 즐기고 있다. 가상현실을 만든 일루전워크(Illusion Walk)사의 기술책임자(CTO) 율리엔 뤼게베르크 씨는 "가상공간에선 우주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체험도 할 수 있다"면서 "베를린 서부에 연말까지 가상현실 테마 공간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Illusion Walk]
# 독일 베를린 서부에 위치한 가상현실 테마공간 구현업체 일루전워크(Illusion Walk). 이 업체 사무실에 들어가서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니 바로 눈앞에 큰 바다가 펼쳐진다. 가상현실 체험자 입장에선 바다 위 큰 배 내부를 이동하면서 배 구석구석을 살피고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주선으로 순간이동하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책임자(CTO)인 율리엔 뤼게베르크(Julien Ruggeberg) 씨는 약 3년간 공을 들여 가상현실 기술을 가다듬고 적재적소에 기기를 배치했다. 그런데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흥미를 끌 만한 스토리다. 연말에 베를린 서부에 개장할 가상현실 테마공간 내엔 우주공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들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가상공간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고객은 45분~1시간가량 미션을 수행하게 되고, 필요할 경우 호출을 통해 안내원을 부를 수 있다. 그만큼 가상현실 테마공간이 활성화되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 작가부터 시작해 가상공간을 안내하는 사람, 이를 구현해내는 기술자 등 새로운 직업이 마구 생겨나는 셈이다.
# 독일 베를린 서남부에 위치한 포츠담에선 설계자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와 건물주(고객)까지 모두 참여해 새로 짓는 상업빌딩 윤곽을 잡고 설계도를 짜는 작업이 한창이다. 설계자가 짠 도안을 일방적으로 시공사와 고객이 받아들이던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건축공간을 VR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이를 구현한 보리스 골드슈테인(Boris Goldshteyn) ALL VR 대표는 이 같은 건축공간 가상현실을 구현한 기획가다. 그는 "설계자, 엔지니어 등이 구축하는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모두 호환 가능하게끔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시각화한 가상공간을 구축했다"면서 "VR기기 내 다양한 작업 모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실시간으로 공간을 바꿔가며 가상 건물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VR와 연동된 기기의 왼쪽 버튼을 누르면 가상현실 공간의 사람이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 있고,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거리를 측정하거나 작업자가 원하는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유럽의 '스타트업 메카'로 급부상 중인 독일 베를린에서 VR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래 직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VR 엔지니어부터 VR 콘텐츠 기획가, VR 안내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보리스 골드슈테인 ALL VR 대표는 "VR 산업이 활성화될 경우 콘텐츠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다양한 직업군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VR뿐만 아니다. 애플리케이션 등에 기반한 여러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음악 공유 서비스 업체인 '사운드클라우드', 여성의 생리 주기를 추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루', 스마트 셔츠를 통해 자세 교정을 해주는 '컬러파이'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앱들을 구축하는 컴퓨터 엔지니어 직업이 쏟아질 뿐만 아니라 스마트 셔츠를 만드는 사람 등 듣보잡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VR 등 이른바 디지털화에 적응한다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하고 일자리 총량이 25만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이 베를린이 '듣보잡 메카'로 떠오른 이유는 적극적인 국제화와 낮은 물가에다 스타트업 친화적인 생태계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종사자 100명 중 약 35명은 동유럽, 러시아 등 외국 출신일 정도로 '국제화'를 자랑한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KIC유럽의 지석구 센터장은 "당초 유럽센터가 브뤼셀에 있었는데 베를린이 문화·예술 및 스타트업의 도시로 떠오르자 유럽 본사를 올해 베를린으로 옮겼다"면서 "낮은 물가와 높은 영어 사용률, 그리고 개방적인 문화가 어우러져 베를린이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또한 외국인 관광객의 35%가 '클럽 관광'을 위해 베를린을 찾을 정도로 젊은 문화가 도시 전반에 퍼져 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베를린 베타하우스'와 '베를린 스타트업 캠퍼스 팩토리' 등 공유 사무실은 약 750명의 스타트업 종사자를 수용하며, 저렴한 임대료와 스타트업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지석구 센터장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면서 베를린이 냉전의 아픔이 서린 도시에서 젊은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KIC유럽은 사무실을 낮은 비용으로 임대해주고, 비자 및 법인 설립 문제를 도와주고 있다. 베를린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스타트업은 언제든지 문을 두드리면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오는 11월 28일 유럽 각국 500여 개 스타트업이 한곳에 모이는 '허브 베를린(Hub Belrin)' 행사가 열린다. 주독 한국대사관은 다음날인 29일 ICT 관련 '한·독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독일 진출 한국 기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베를린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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