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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 별세 향년 100세... 한국 최초의 두유 ‘베지밀’ 개발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0 13:04

수정 2017.10.10 13:04

고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고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고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고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대한민국 최초의 두유 '베지밀'을 개발하며 국내 '두유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정식품의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사진)이 지난 9일 별세했다.향년 100세.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4년 아기들의 치유식 개발을 위해 콩에 대한 연구에 뛰어들었고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해 현재까지 50여년을 콩 연구에 몰두하며 두유산업 성장에 큰 업적을 남겼다. 소아과의사로 재직할 당시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식으로 개발한 두유 ‘베지밀’은 국내 두유의 시초가 됐다.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어렵게 공부해 19세의 나이로 최연소 의사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 아기를 환자로 받았는 데, 약도 주고 죽도 먹이고 주사도 놓았지만 결국 세상을 떴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났고 서울대병원 소아과 의사를 거치면서 직업적인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을 거치고 5년 간의 유학 생활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마침내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인 '베지밀'을 개발했다. 고인은 이 업적으로 1966년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받았다. 그 후에도 콩 연구에 평생을 바쳤으며 국제적으로도 공로를 인정 받아 1999년에는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한 평생 두유를 연구 개발한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한 뒤 1984년 세계 최대의 규모의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하였고 1985년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고인은 기업의 이윤추구에 앞서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개발 공급하는 데 주력했고 시장 1위 브랜드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회사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하며 경쟁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고인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에도 앞장섰다.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하고 지난 33년 간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고인은 지난 2010년 아들인 정성수 정식품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오는 12일이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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