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20세기 소년소녀'가 지지부진한 전개로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온 35세 여자 '봉고차 3인방' 사진진(한예슬), 한아름(류현경), 장영심(이상희)이 서툰 사랑과 진한 우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MBC 새 월화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극본 이선혜·연출 이동윤)가 9일 첫 방송됐다.

'20세기 소년소녀'는 '환상의 커플' '미녀의 탄생' '마담 앙트완' 등 명실상부 '로코퀸'으로 불리는 한예슬과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주연을 맡은 김지석의 만남, 그리고 '응답하라 1997' 등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선혜 작가와 '가화만사성' '운명처럼 널 사랑해' '여왕의 교실' 등의 이동윤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20세기 소년소녀'는 MBC 노조 총파업으로 제작이 중단되는가 하면 두 번이나 첫 방송을 미루며 파행을 겪었다. 이후 9일로 최종 첫 방송을 확정 지은 드라마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 KBS2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과 함께 첫 회를 오픈하게 됐다. 다만 10일, 스위스에서 치르는 대한민국과 모로코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으로 인해 9일, 4회 연속 방송을 결정했다.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1~2회, 톱스타와 건어물녀를 오가는 사진진과 엄청난 식탐에 고통 받는 스튜어디스 한아름, 취업난에 시달리다 어렵게 변호사가 된 장영심, 능력 있는 애널리스트인 사진진의 첫사랑 공지원(김지석), '봉고파 3인방'이 인정한 꽃미남이었지만 역변한 정우성(안세하) 등 여러 캐릭터들의 과거와 현재 상황 설명에 집중했다. 현실을 반영한 각각의 에피소드는 공감을 얻을 법했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고, 플래시백이 잦다 보니 전개 자체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회 말미, 엮일 듯 엮일 듯 엮이지 않던 사진진과 공지원이 운명적으로 만나며 본격적인 전개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성스캔들에 휘말린 사진진이 홍콩에서 입국하면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상황, 공지원이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하는 사진진의 손을 잡고 공항을 빠져나온 것. 인위적인 설정이었지만 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후에도 별다른 나아감 없이 지루한 전개를 이어갔다. 개연성 없이 우연에 기댄 억지도 반복돼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산부인과에 입원한 한아름의 병문안을 갔다가 재차 루머에 휘말리며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진진, 악플과 기자들에 시달리는 사진진을 아무런 조치 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 30년 지기 친구들, 따라다니는 기자를 피해 무작정 들어간 아랫층에 살고 있는 공지원까지.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한예슬의 '하드캐리'는 눈부셨다. '로코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한예슬은 사랑스러우면서도 털털한 매력을 과시했다. '35세 모태솔로 노처녀'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미모가 '열일'했음에도 불구, 셀카를 찍으면서 눈을 가운데로 모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