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민폐와 감동 사이..'하룻밤만 재워줘'가 남긴 것(ft.빅뱅)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10.10 06: 49

낯선 곳, 낯선 이들에게 다짜고짜 하룻밤만 재워 달라니. 이보다 더 민폐는 없을 터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하룻밤만 재워줘'는 단순한 민폐 예능이 아니었다. 추억을 공유하고 감동을 선사한 뜻밖의 리얼리티였다. 
9일 연속 방송된 KBS 2TV '하룻밤만 재워줘'는 이상민과 김종민이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포맷이었다. 두 사람은 이탈리아 로마로 향했고 호기롭게 블랙 슈트까지 갖춰 입으며 숙식 구걸을 준비했다. 
하지만 미션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은 이상민 김종민에게 호기심을 보였지만 쉽게 집에 초대하진 않았다. 두 사람은 서툰 영어로 적극적으로 다가섰지만 번번히 퇴짜를 맞았다.

결국 이들은 첫 날 현지인 집에 머물기에 실패했다. 대신 촬영장비방에서 쪽잠을 청했고 다음 날 심기일전했다. 그러나 로마 거리에서 리얼로 소매치기를 당할 뻔하는 등 쉽지 않은 둘째 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앞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20살 마르따가 주인공. 그는 자신과 가족들이 빅뱅 지드래곤의 열혈 팬이라며 먼저 다가왔고 흔쾌히 집으로 초대했다. 김종민과 이상민은 꿈만 같은 현실에 크게 기뻐했다. 
이탈리아 현지 요리를 대접 받은 이들은 다음 날 아침 한국 음식으로 보답했다. 이상민은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와 이탈리아 삼겹살로 푸짐한 요리를 완성했고 마르따 가족들은 서툰 젓가락질과 처음 먹는 김치 삼겹살 요리에 감탄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하룻밤만 재워줘'는 민폐 예능의 냄새가 났다. 이상민과 김종민이 아무 이유 없이 무턱대고 이탈리아 현지인들에게 숙소를 구걸하는 뉘앙스였기 때문. 시작 전부터 쏟아졌던 시청자들의 우려가 실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감동의 반전이 있었다. 사실 마르따는 쌍둥이였고 그의 언니는 생후 7개월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했다. 마르따 역시 칠삭둥이라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고 이 때문에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이들 가족을 웃게 한 건 바로 자랑스러운 케이팝 그룹 빅뱅이었다. 마르따의 엄마는 "딸이 한국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많이 열었다. 자존감이 높아졌다"며 "빅뱅 음악 덕에 마르따가 특별한 아이가 됐다. 고맙습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떠나기 전 이상민과 김종민은 마르따 가족들과 빅뱅 음악을 틀고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서 울려 퍼지는 빅뱅의 음악과 방 한 켠을 가득 채운 그들의 CD 및 브로마이드는 더욱 자랑스러웠다. 
특히 몸이 불편한 줄리아는 휠체어에 앉아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또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빅뱅의 '이프 유'를 홀로 열창했는데 이는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결국 이상민은 감동에 겨워 눈물을 쏟기도. 
결과적으로 이상민과 김종민은 이탈리아에서 머문 3일간 단 한 번만 얹혀 자기에 성공했다. JTBC '한끼줍쇼'의 글로벌 숙박 편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지만 마르따 가족을 통해 안방에 선사한 감동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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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룻밤만 재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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