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천수, "대표팀 해설 중에 그라운드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천수(36) JTBC 축구해설위원이 머리에 남은 물기를 털어내며 웃었다. 이 위원의 몸에는 땀이 마를 날이 없었다. 지난해 9월 중국전을 통해 대표팀 해설자로 변신한 그는 한국 대표팀이 치른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를 함께 했다.
축구 없어도 바쁘다. 예능프로 출연, 각종 행사 참가, 축구를 통한 기부 활동을 하느라 스케줄표에 쉬는 날을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의 반응도 좋다. 요즘 그는 네티즌 사이에서 이천수보다 '마동 리더(tvn 서바이벌쇼 소사이어티게임에서의 역할)'로 통할 정도다.
반소매 셔츠 밖으로 보이는 양 팔은 현역 시절보다 더 검게 그을린 것처럼 보였다. 대표팀 해설 1년을 넘긴 이 위원을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젠 유니폼 만큼이나 정장 차림의 이천수를 어색하지 않게 봐주시는 것 같다"는 짧은 소감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자리에 앉았다.
-지난 1년간의 대표팀 해설을 돌아보면. "90분 경기면 60분 정도는 공이 중원에서 오간다. 그때는 상황에 대한 할 말이 별로 없다. 애드립에 의존해야 한다. 전체적인 흐름도 짚어야 하고 교체 타이밍도 알려줘야 하는데 정신 없었다. 게다가 내가 아닌 남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선수 시절 나는 스피치 연습이 전무했으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이)영표형, (안)정환이 형 중계를 틀어놓고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 정확히 반 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편해졌다. '이천수표 해설'은 재밌으면서도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 전후로 스트레스가 많겠다. "사람 심리가 한국이 지면, 선수도 해설자도 미운 법이다. 경기 결과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선수들을 '까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시원한 해설'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이천수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인터넷 방송이라면 모른다. 하지만 JTBC가 새겨진 자켓을 입고 있다. 잘못된 해석을 최대한 피하는,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대신 경기 중 하고 싶었던 말은 일간스포츠 칼럼을 통해 다 했다. 시간을 두고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그것마저 못했으면 답답함을 풀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들 수도 있겠다. "평소에도 욕 먹었는데 괜찮다.(웃음) 사람이 무엇을 하든 욕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은퇴 후 축구를 이어가는 게 해설이다. 다른 일은 못해도 해설은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못하면 배워가면 되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중국 원정에서 허용준을 교체 투입했을 때 내 경험을 통해서 얘기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첫 A매치 정말 많이 떨었다. 그래서 대표팀 데뷔전에 나서는 친구에게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원정 0-1로 뒤진 상황에서 들어가는 선수는 힘들다'고 할 말을 했다. 허용준이 골을 넣을 경우 (졸전에 대한 책임)을 면피할 수 있겠다는 울리 슈틸리케 당시 감독의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첫 A매치 들어가는 선수에게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바란 것이다."
-직접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응원을 정말 많이 했는데 단 한 경기도 만족스러운 경기가 나오지 못했다. 해설 중에도 뛰어내려가 직접 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 아시아팀은 한국 선수 얼굴만 봐도 '쫄았는데', 최근 상대들은 '한 번 해볼만 하다'는 눈빛이다. 그게 너무 열받았다. 현역 때보다 배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킥 상황에서 만큼은 축구화 하나만 주면 정장 입고도 그라운드에 내려가서 차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 대표팀 성적이 부진하다보니 선수들이 욕을 먹을까봐 슈팅을 하지 않는 게 보였다. 선수니까 그런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달 정도 선수면 질책은 책임감으로 이겨내야 한다."
-지도자 준비는 하고 있나. "해설을 하면서 그라운드 밖에서 축구를 봤다. 여기에 국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한 경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거치면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배운, 선수의 능력을 끌어내는 방법 등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동기부여 해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의 상태를 최대한 100% 가깝게 만들어 경기장에 보내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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