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식탁, 비싼 대가] GMO에 잠식당하는 유기농.. 호주 유기농 농부의 '식량주권' 투쟁

코존업(호주)=임주언 기자 2017. 10.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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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의 봄인 9월을 맞아 초록잎 무성한 유기농 귀리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언뜻 보기엔 여느 유기농 농장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농장은 6년 전 한 차례 유기농 인증을 박탈당했던 곳이다.

지난달 19일 호주 서부 코존업 지역에 위치한 스티븐 마시(사진)씨의 유기농 농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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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서 GM카놀라 씨앗 날아와 밭의 70% 유기농 인증 취소

남반구의 봄인 9월을 맞아 초록잎 무성한 유기농 귀리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언뜻 보기엔 여느 유기농 농장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농장은 6년 전 한 차례 유기농 인증을 박탈당했던 곳이다. 이웃 농장에서 바람에 날아온 유전자변형(GM) 카놀라 씨앗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호주 서부 코존업 지역에 위치한 스티븐 마시(사진)씨의 유기농 농장을 찾았다. 그는 GM 카놀라 오염 문제를 제기하고 세계 최대 GM 종자 기업인 몬산토와 4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농장에 퍼진 GM 카놀라를 하나하나 골라낸 끝에 유기농 인증을 되찾긴 했지만 소송비용 등 수억원의 빚이 남았다.

2010년 호주 서부에 GM 카놀라 재배가 허용되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그해 11월 마시씨는 농장 울타리를 고치다가 GM 카놀라 씨앗을 발견했다. 20m 떨어진 이웃 농가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유기농 인증 기관인 NASAA는 마시씨의 농장 479㏊ 중 70%에 대해 인증을 취소했다. 마시씨는 GM 카놀라를 기른 이웃 농부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두 농장의 법정 다툼은 유기농 대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싸움으로 번졌다. 몬산토는 자사의 GM 카놀라 씨앗을 사용한 이웃 농부의 소송비용을 지원했다. 안전식량재단(SFF)이라는 시민단체는 마시씨의 소송비용을 모금했다.

SNS에서는 #IamSteveMarsh(나는 스티브마시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들불처럼 번졌다. 스티브는 마시씨의 애칭이었다. 시민들은 마시씨가 자신의 땅에서 유기농 작물을 기를 권리를 지지했다. 식량주권은 농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원하는 씨앗과 토지, 물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4년간의 재판 끝에 마시씨는 지난해 2월 최종적으로 패소했다. 재판을 하는 동안에도 GM 카놀라 재배 면적은 계속 늘었다. 지난해 호주 서부 전체 카놀라 재배 면적 중 GM 카놀라는 30%를 차지했다. 병충해에 강하고 왕성하게 번식하는 GM 카놀라가 이웃 농장으로 날아가 피해를 입히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카놀라유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식용유가 됐다. 지난해 카놀라유는 캐나다산, 호주산 순으로 많이 수입됐다. 캐나다에서는 GM 카놀라가 전체 카놀라의 93%를 차지하며 다른 나라에서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Non-GM 카놀라로 카놀라유를 생산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존업(호주)=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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