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기사고 원인, '도비탄' 아닌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종합)

김관용 2017. 10. 9.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특별수사 결과 발표
인근 사격장서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 맞아 숨져
병력인솔 간부·사격부대 경계병, 안전통제 안해
사격장 부대, 과거 사례에도 유탄 대책 마련 안해
책임자 3명 구속영장, 사단장 등 관련자 16명 징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수사당국은 지난 달 강원도 철원 소재 육군 부대에서 발생한 총탄 사망사고의 원인을 ‘유탄’에 의한 것이라고 9일 발표했다. 탄두가 단단한 물체에 맞고 튕겨져 나간 ‘도비탄’이 아닌 빗나간 탄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사망 원인을 당시 병력인솔 간부의 “탄이 튄 것 같다”는 보고에 따라 도비탄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국방부 장관 지시에 따라 지난 9월 26일 육군 모 사단 소속 고(故) 이 모 상병(사고 당시 일병)이 전투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 중 두부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 사고원인은 병력인솔부대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총탄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느 총에서 발사된 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가스작용식인 K2 소총의 특성상 사격시 소총의 반동이 있고,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9도만 상향 지향돼도 탄이 사고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서 “사고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시 유탄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총탄 사망사고가 난 철원 군 부대 사격장 모습. 오르막으로 된 사격장의 왼쪽 끝자락 상단 인근에 숨진 故이 모 상병 등 부대원이 이동한 전술도로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도비탄·조준사격 가능성 없어”

특별수사팀은 사망원인과 관련해 도비탄·직접 조준사격·유탄 등 크게 3가지 가능성에 대해 수사했다.

우선 사망자의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파편화된 4조각)는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5.56mm 탄두 파편이었다. 탄두에 충돌흔적과 이물질 흔적이 없고 사망자 우측 광대뼈 부위에 형성된 사입구(탄두가 신체에 들어가는 입구)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탄두가 다른 물체와 충돌 없이 사망자 머리 속에서 파편화 돼 박혀있어 도비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특별수사팀은 사격장 끝단 방호벽에서 사고장소까지 약 60m 구간이 수목으로 우거져 있고,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거리가 약 340m에 달해 육안으로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조준사격 가능성도 낮다고 결론내렸다.

수사팀 관계자는 “사격훈련부대 병력들이 병력인솔부대의 이동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동시간에 맞춰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조준사격을 계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사격훈련부대와 병력인솔부대가 다르고 병력 상호간 일면식이나 개인적 원한관계도 없어 살인 또는 상해 등의 목적으로 직접 조준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 확인 결과 충돌 흔적과 이물질 흔적이 없고 사망자 머리 속에서 파편화 돼 박혀있어 도비탄이 아닌 유탄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됐다. [사진=국방부]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사단장도 책임

이와 함께 특별수사팀은 사고원인 분석을 위해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병력인솔부대는 진지공사 후 도보로 복귀하던 중 사격 총성을 듣고도 병력 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또 사격훈련부대는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 4명을 투입하긴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사망자 등을 포함한 병력이 경계병에 의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격장관리부대는 사격장에서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 방향으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수차례 유탄 사례가 있었음에도 사격장과 피탄지 주변에 경고간판 설치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에서도 안정성 평가 등을 통해 사격훈련부대와 영외 전술도로 사용부대에 대한 취약 요소를 식별하지 못했다.

[출처=국방부]
◇책임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구속영장 청구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사격훈련통제관으로서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 간부인 소대장 및 부소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사단장 등 사단 사령부 책임 간부 4명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등 12명도 지휘감독 소홀 및 성실의무 위반 등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육군에 징계 조치토록 했다.

육군은 사고 발생 즉시 해당 사격장을 폐쇄했다. 또 유사사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사격장 50여개소도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렸다. 안전조치를 강구해 사격 재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육군 관계자는 “구조적인 취약점과 안전관리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해 유사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