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배 선생 주도한 한글전용·가로쓰기는 문명혁명"
"한글가로쓰기 디지털 시대에 딱..한글이 목숨이었던 분"
(울산=뉴스1) 이상문 기자 =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울산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다양한 한글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인물이 외솔회 울산지회 이부열(78) 회장이다.
울산 중구 동동에 있는 외솔 최현배 선생의 생가에서 만난 이부열 회장은 “한글날을 맞아 한글학자이자 민족운동가였던 외솔 선생을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선생의 업적을 기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외솔 선생은 업적 중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것은 한글전용과 가로쓰기”라고 강조했다. 외솔 선생이 문교부 편수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주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문과 잡지 등 대부분의 출판물이 국한문 혼용과 세로쓰기에 의존해 왔다. 그 중 한글 가로쓰기는 컴퓨터, 모바일 시대에 접어든 현대사회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국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우리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신의 경지’라고 감탄을 했다”며 “우리가 컴퓨터 자판을 통해 10분이면 완성할 수 있는 문서를 자기들은 1시간 이상 걸려야 완성할 수 있다고 하니 충분히 경탄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것이 모두 외솔 선생의 한글 가로쓰기와 기계화 연구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외 솔 선생의 민족운동가로서의 면모에 대해서도 후세가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선생은 한글학자이기 전에 애국자였다”며 “일제강점기 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면서도 감옥에서 ‘우리말본’을 저술했고 우리 국민들은 그것으로 우리 글의 소중함을 깨우쳤다”고 밝혔다.
또 “선생은 어느 행사에 초청되든 방명록에 반드시 ‘한글이 목숨’이라는 다섯 자를 쓰셨다”며 “그것이 선생의 신념이고 철학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외솔회 울산지회장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외솔 선생과 특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 회장과 외솔 선생의 인연은 이 회장이 중학생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 기슭에 외솔 선생의 선친 묘소가 있다. 하루는 외솔 선생이 선친의 묘소에 상석을 설치하기 위해 일꾼들을 데리고 온양을 찾았다. 그 때 이 회장은 달려가 인사를 건넸고 훗날 선생이 재직 중인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는 인연을 쌓았다.
이 회장이 연세대에 입학했을 때 외솔 선생은 부총장이었고 국문과 강의는 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특강을 통해 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이부열 회장은 “외솔 선생이 연세대 재직 시절 학생들에게 학점을 짜게 주기로 유명했다”고 했다. 1950년대 연세대 국문과에 재학했던 이 회장의 선배들은 선생의 학점을 받지 못해 졸업생 수가 10명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선생의 교육방식은 꼼꼼하고 철저했다는 것이다.
한글학자이자 민족운동가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울산의 초등학생은 30%에 불과하다. 외솔회 울산지회 이부열(78) 회장은 “선생의 고향이 울산이라는 사실은 모른다 하더라도 외솔이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한 인물인지에 대한 지식이 없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 원인은 ‘교육’에 있다고 단언했다.
울산에서는 선생을 생전에 만남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 회장은 “아마 선생을 직접 뵌 사람은 울산에서 제가 유일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울산 동동 외솔 생가 앞에 지어진 외솔 기념관에 선생의 동상을 세우기 위해 얼굴 모습을 다듬을 때 조언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기억하는 외솔 선생의 인상은 전형적인 선비 모습으로 마른 체격에다 두상이 큰 편이었다고 한다. 또 함부로 웃지 않고 근엄하고 강직했다고 한다.
울산에는 외솔 생가와 기념관이 있고 최근 한옥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외솔도서관이 세워졌다. 그리고 해마다 한글날을 전후 해 한글문화축제가 열린다. 이 모두가 외솔 선생의 고향인 울산 중구에서 예산을 내고 추진한 일들이다. 이 회장은 “이제 외솔 선생의 위업을 기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울산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서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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