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없는 임금논란②]대기업도 못 피하는 '최저임금 기준'

백진엽 기자 2017. 10. 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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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등 빠진 협소한 최저임금 기준, 상당수 기업 부담↑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과 대기업까지 인건비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저임금 산입 기준에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되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다보니 연봉이 3700만원인 신입직원들의 연봉까지 올려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내년 시급기준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오른 7530원으로 정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대기업인 B사의 신입직원 초봉이 월 309만원이다. 월별 법정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나눌 경우 시급 1만4785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두배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올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최저임금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임금을 인상하든지 임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유는 임금 산입 기준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월 고정수당만 해당된다.

B사의 경우 기본급은 141만원에 월 고정수당은 6만원이다. 나머지는 복리후생적수당이나 상여금 등이다. 즉 최저임금법에 적용되는 월급은 147만원이고, 시급으로는 7033원이다. 내년 최저임금보다 500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최저임금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내년부터 기본급이나 고정수당을 시간당 500원, 월 10만4500원 인상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용자(사업주)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B사 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대기업, 특히 제조업체들의 고민이다. 제조업체들의 경우 기본급의 비중이 낮은 대신 상여금 등이 높다. 다시 말해 많은 대기업들이 임금총액은 많아 보이지만 기본급이 적어 현재대로라면 최저임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의 임금 체계 특성이 기본급을 줄여놓고 상여금을 많이 올려놓은 구조"라며 "실제 받는 월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도 안되고, 적게 받는 달은 계산해 보면 최저임금에 기본급이 미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사정이 이렇다면 중견·중소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임금총액에서 기본급과 고정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기업보다는 크지만, 절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큰 것이다.

실제로 현재 많은 중소기업의 신입직원 월 급여총액은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따지면 당장 내년 최저임금인 7530원에도 한참 부족하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상여금 등을 포함해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신입직원들의 연봉만 인상하기도 어렵다. 임금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체 직원에 대한 연봉 재조정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다 보니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산입범위 문제는 최저임금 결정 시기때마다 불거진 해묵은 논란이다. 하지만 그동안 '최저임금 수준부터 올리자'는 주장에 밀렸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앞두고 다시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 포함시킬 수 있는 임금은 근로계약을 맺은 임금과 직무수당 등 정도뿐 정기상여금은 포함되지 않는다. 수당중에서도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라 정근·근속수당, 결혼·월동·김장수당, 체력단련비, 연·월차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은 최저임금 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생계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최저임금 기준을 실질임금으로 해야 한다"며 "실질임금은 굉장히 높지만 기본급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도 있는데 기준을 현행대로 하면 이런 기업은 필요 이상으로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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