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사-원시선' 잘못 만들어 기둥 4개나 잘라냈다.."안전성 의문, 민자사업 맹점"

김원진 기자 입력 2017. 10. 9. 06:00 수정 2017. 10. 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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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우건설이 시공에 참가한 민자사업 ‘소사-원시 복선전철’ 일부 구간에서 자칫 열차와 부딪힐 수 있는 설계·시공 오류가 발생한 중앙기둥을 4개나 잘라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 열차가 선로를 바꾸는 원시정거장의 14개 지점에도 안전 운행을 위한 여유 공간을 부족하게 만들어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설계·시공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민자사업 발주처인 주식회사 이레일은 서로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 민자사업에서 부실 설계·시공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주처와 국토부·철도시설공단 사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관리·감독 부실을 불러올 구조적 문제가 노출된 것이어서 대책이 요구된다.

소사-원시 복선전철의 선부역과 연성역 사이 ‘환기구 #17’ 구간에서 안전운행을 위해 기본적으로 띄워야 하는 건축한계(2100㎜)보다 좁은 1825㎜ 공간만 확보해 잘못 설계한 구조도(오른쪽)에 따라 시공한 중앙기둥 4개를 잘라내기 전 모습.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 산하 철도시설공단에서 받은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축한계 저촉 현황’ 자료를 보면, 철도시설공단이 지난 1월18일부터 3일 간 소사-원시 복선전철 개통에 대비한 사전 점검에서 충분한 안전공간을 확보하지 않게 시공된 문제를 확인했다.

건축한계란 열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 건축물을 충분히 띄우도록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다. 국토부령 철도건설규칙에 따라 철로 중심을 기준으로 좌우 각 2.1m 건축한계를 둬야 한다. 건축한계 안에 구조물이 있으면 열차와 부딪힐 수 있어서다.

공단은 선부역과 연성역 사이인 ‘환기구 #17’에서 건축한계를 275㎜ 침범한 환기구 중앙기둥 4개를 발견해 지난 7월13일 모두 잘라냈다. 열차가 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기둥에 부딪히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을 확보토록 건축한계(2100㎜)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1825㎜ 공간만 확보해 잘못 시공한 때문이다.

또 다른 구간인 원시정거장에도 14개 지점에서 건축한계를 128~329㎜씩 침범한 사실도 드러나 후속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여기는 앞으로 서해선 같은 인접 선로와 연결할 경우에 여객이나 화물열차 운행까지 고려한 건축한계를 확보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원시정거장의 시작(7개)과 끝(7개) 지점에서 열차들이 분기기(선로를 바꾸는 장치)를 이용할 때 안전공간이 부족한 상태로 드러났다. 공단 측은 소사-원시선 운행과 내년 상반기 개통에는 지장이 없지만 서해선 개통 때 문제가돼 건축한계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로 건설시 건축한계를 침범하는 것은 초보적인 실수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 상반기 개통 예정인 소사-원시선에서 건축한계 침범으로 중앙기둥 4개를 잘라낸 점은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소사-원시선의 원시정거장 분기기 앞 선로 모습. 건축한계를 넘어간 시공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시공사인 대우건설, 발주처인 이레일, 철도시설공단과 국토부는 전문가들의 정확한 안전진단을 받은 뒤 기둥을 절단하고 보강 조치를 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초적인 실수를 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문제가 불거진 부분은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기둥을 4개나 절단했는데도 사업을 총괄하는 국토부, 철도시설공단과 이레일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설계에 오류가 있었고, 시공사(대우건설)도 확인에 미진한 점이 있었다”며 “민자 사업이다 보니 저희가 현장 관리까지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발주처가 기본적으로 책임지고 감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레일은 현장에서 일어난 일에는 감독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레일 관계자는 “저희는 책임질 만한 조치는 다 했다”며 “발주처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독 권한이 없다. 그렇다고 시공사(대우건설)가 100% 잘못했다고도 볼 수 없고, 설계 쪽에서 조금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오히려 철도시설공단이 (개통 전) 일찍 문제점을 발견해 사전에 안전 사고를 예방했다고 주장했다. 김태형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1차 책임은 당연히 시공사와 이레일에서 계약하는 감리단에 있는 것이고, 그 다음 책임은 발주처인 이레일에 있다. 추가 비용은 모두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부담한다”며 “관리감독기관인 철도시설공단에서 적발했고 이에 국토부는 8월28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설계사와 설계감리사, 시공사와 시공감리사, 기술자에 벌점을 요청하는 등 일반적인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앞서 5월에는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을 교체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1차 책임 기관 중 한 곳으로 지목한 감리단은 이레일과 계약하는 것은 맞지만 감리단 선정 자체는 철도시설공단에서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공단과 상부 기관인 국토부 또한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설계·시공 오류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민자사업의 근본 한계가 드러났다. 확인된 문제는 기둥과 정거장 일부 지점이지만, 추가 부실이 있는지 공사 전반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의원은 “철도의 안전 운행을 위한 가장 기초인 건축한계를 위반한 것은 물론 정부와 공단, 발주처, 시공사까지 관련 기관들이 나몰라라 하며 책임 떠넘기기만 한다”며 “빨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내년 개통에 앞서 다시 한 번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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