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국정원맨 민병주의 몰락

구교형 기자

84년 7급으로 임용, 3년간 심리전단장…‘원세훈 오른팔’로 대선 개입 등 지시

외곽팀 불법 지원, 위증 혐의로 기소

30년 국정원맨 민병주의 몰락

“종북좌파들이 진보정권을 세우려는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에 52억원대 활동비를 불법으로 지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59·사진)은 문재인·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2012년 18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심리전단 내부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1984년 1월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특정직 7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30년을 국정원에서 보낸 민 전 단장은 2010년 1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심리전단장을 맡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 전 단장은 2012년 댓글공작을 주도한 심리전단 내부 회의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대선 개입을 노골적으로 지시했다. 그는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관련, 정치권 등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며, 쫄지 말고 우리의 할 일을 당당하게 해야 한다(9월14일)”거나 “선거 때문에 위축되어 우리가 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우리 업무에 대한 정체성을 확실히 알고 주어진 업무는 당당하게 하기 바란다(11월9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2012년 8월 국회 정보위원회와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민 전 단장은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우리의 활동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으니 원래 하던 대로 적극적으로 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6)의 ‘오른팔’로 불리는 민 전 단장은 2013년 9월2일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원 전 원장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외부 조력자가 가담한 사이버 외곽팀의 존재를 몰랐다”고 허위로 증언한 혐의도 받는다. 원 전 원장은 재임 중 심리전단을 2급에서 1급 부서로 격상시킨 뒤 2011년 7월 민 전 단장을 승진시켜 유임했다. 이어 민 전 단장 밑에 2급 기획관 2명을 배치해 조직을 확대했고, 2012년 2월 총·대선을 앞두고 사이버 심리전 수행조직을 4개팀 70여명으로 정비했다.

민 전 단장은 원 전 원장으로부터 직접 전화 등으로 업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8월27일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자 당일 대대적인 홍보를 지시했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같은 날 홍보글을 작성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이튿날 민 전 단장은 관련 보고서를 원 전 원장에게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민 전 단장을 국고 손실 및 위증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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