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1225
부산 롯데를 상징하는 돼지국밥.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최대의 가을 명절연휴 중 최고의 가을 잔치가 시작됐다. 차례드리고 성묘갈 적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개막한 것이다. 와일드카드 경기가 끝나고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정규시즌 3위)와 창원의 NC다이노스(4위)가 8일부터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둘다 경남이다. 투수와 방망이야 어찌됐건 음식맛이 좋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맛 고장’의 자존심을 놓고 장외에서도 혈투가 벌어질 태세다. 응원가서 맛보기 좋은 음식을 소개한다. 져도 이겨도 어쨌든 저녁은 먹어야 할 테니까

DSC_1225
서면에는 한치회와 미더덕회(봄)를 잘하는 인해란 술집이 있다.

●다양한 맛의 부산 롯데=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는 다양한 음식이 많다. 구포역 앞에는 일찌감치 부산에 터를 잡은 화교가 운영하는 만둣집 금룡이 있다. 다른 요리 없이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 만둣국백반에 오향장육 만을 파는 전형적인 만둣집이다. 부산역 앞 초량 차이나 타운 역시 부산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식문화도 부산에서 꽃피웠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익현(최민식 분)이 함께 밥도 먹고 사우나도 했다던 서장이 사는 남천동에 일본 나고야 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집이 있다. 나고야(名古屋)에서 이름을 따온 고옥은 명물 히츠마부시를 현지식으로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집이다. 바삭하게 구워 잘게 썰어올린 장어와 밥을 먼저 사발에 덜어먹고 나중에 찻물을 부어 오차즈케로 즐기는 식이다.

DSC_1225
겨울이 제철인 털게. 한국시리즈 쯤 먹을 수 있다.

참치회와 초밥도 끝내준다. 일본인들도 감탄한다. 서면 부산롯데호텔 옆 ‘길(吉)스시’에선 깜짝 놀랄 정도의 참치회(도로)를 맛볼 수 있다. 칼로 매끈하게 자른게 아니라 뜯어놓은 것 같은 참치회는 세세한 마블링이 빼곡히 프린팅 된 듯 보기에도 근사하다.

꼭 잘익은 수박 같은 회를 집어 입에 넣노라면 스르륵 녹는 감촉과 진한 맛이 일품이다. 로브스터와 전복구이, 생선회, 초밥도 웬만한 특급호텔에서도 접하지 못할 만큼 수준이 높다.

DSC_9916
시골한우 시골돼지 꽃고기.

흔히 부산에선 삼시 세때를 생선회만 먹는 줄 안다. 하지만 부산에서 맛보는 고기 맛은 오해를 불식시킨다. 돼지국밥만 봐도 그렇다. 서면 ‘시골한우 시골돼지’는 이른바 칼맛이 좋은 곳. 생선회가 발달한 부산 특유의 칼 기술이 제주 흑돼지와 만나 독특한 맛을 선사하는 곳이다. 두툼한 돼지고기에 가로세로 수십번에 이르는 현란한 칼솜씨를 발휘해 맛있는 구이용 고기를 만들어냈다. 고기에 칼집이 들어간 덕에 단시간에 구워도 속까지 화기가 스며 육즙을 가득 품은 상태의 삼겹살을 즐길 수 있다.

지방이 졸깃한 제주흑돼지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각선으로 오밀조밀 칼집이 들어가도 흐물해지지 않아 탱탱한 저작감을 즐길 수 있다. 구우면 꽃처럼 피어올라 ‘꽃고기’라 부른다. 토종 한우도 맛이 좋다. 이기면 한우, 지면 삼겹살을 먹으면 된다. 어느 팀이든.

DSC_3344
부산 동궁 탕수육.

부산 중부경찰서 쪽에 ‘동궁’이란 중국음식점이 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해 입소문을 탔다. ‘먹방의 황제’로 통하는 하정우의 중국집 식사 신이 강렬하게 남은 곳이다. 홀로 소주를 따르고 탕수육과 양장피를 먹고, 소주를 입에 머금고 가글을 하는 장면은 ‘먹방’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동궁에는 순례객(?)을 위해 하정우가 앉았던 자리에 표시를 해뒀다. 또 영화 속에서 그리도 맛있게 보였던 메뉴들을 묶어서 ‘솰아있네~ 하정우 먹방 세트’로 판매 중이다.

좌천역 부근 매축지 마을에는 범일동 스완양분식(아저씨에서 원빈의 전당포)가 있다. 경양식이 아니라 양분식이다. 바삭바삭 맛있는 돈가스를 판다.

DSC_3344
부산 독도는새우땅.

서면 ‘독도는 새우땅’은 귀한 도화새우와 꽃새우, 닭새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늘 싱싱하고 살이 꽉찬 새우를 취급한다. 어획량이 많지 않은 도화새우는 없을 때도 있다.

DSC_3344
부산 범일동 매떡.

범일동 매떡은 ‘굉장히’ 매운 떡볶이로 유명한 곳이다. 큰 가래떡에 국내산 고추와 후추로 경악할만큼 매운 맛을 낸다. 튀김과 어묵을 함께 곁들여도 좋다. 혀를 씻어주는 팥빙수는 필수품이다.

DSC_3344
부산 조방낙지.

인근 조방낙지는 칼칼한 양념에 볶은 낙지, 그리고 함께 곁들이는 곱창, 새우 등이 맛있는 곳. 우동 사리를 넣거나 낙지 볶음을 양념 째 밥에 올려 먹으면 꽤 든든하다. 값비싼 곱창을 넣어도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점심식사 코스로 딱이다.

DSC_1225
대남포장 문어수육.

이기든 지든 소주를 마셔야한다. 대남사거리 대남포장집. 포장마차를 그렇게 부른다. 이름만 들어도 기차표 값이 굳는 듯 기분좋다. 관광객은 잘 모르는 집이다. ‘포장’은 없었다. 허름한 가건물처럼 생겼다. 옆에 별관도 생겼다.

문어가 맛있는 집이다.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주는 문어가 맛이 참 좋다. 속이 반투명한 미디엄 레어.

DSC_1225
부산 자갈치 양곱창구이.

자갈치 시장 양곱창 골목도 늦도록 마시기에 좋다. 명색이 자갈친데 해산물이 아니다. ‘복분자 양곱창’은 고소한 양곱창에 오붓하게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다.

DSC_1225
광안리 다리집 떡볶이.

광안리 다리집 떡볶이는 이제 유명하다 못해 전국구가 됐다. 매콤한 양념을 한가득 묻힌 채 누운 가래떡을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먹으면 된다. 오징어튀김과 궁합도 어울린다.

부산에서도 많은 마니아 층을 보유한 영진돼지국밥은 특이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채소로 맛을 낸 특유의 양념이 미리 국물에 녹아 있다. 진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국물에 부추를 넣어 먹으면 든든하다. 얇게 썰어낸 수육도 맛이 좋다. 망미동에는 본점 직영점이 있다.

●푸짐한 해산물의 마산 NC

마산하면 아구찜과 통술이다. 오동동 ‘아구찜 거리’와 ‘통술거리’는 식사를 겸해 한잔하기에 딱이다. 통술은 통영 다찌집이나 전주 막걸리집처럼 술만 주문하면 싱싱한 각종 안주를 한상 차려내는 술집을 말한다. 신마산 통술거리 ‘홍시통술’은 2인 기준 6만원에 실로 다양한 안주를 낸다.

DSC_1546
마산(창원)은 싱싱한 해산물 먹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DSC_1546
값싸고 푸짐한 통술도 좋고 횟집도 맛이 좋다.

오동동 정아통술은 솜씨좋은 주인이 아들과 함께 차리는 푸짐하고 맛깔나는 음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다양하고 어느 것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음식들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지니 끼니를 겸해 술한잔 맛보기에 딱이다. 메뉴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들렀던 이날은 대구뽈살 등 생선구이부터 전복과 소라, 산낙지, 가리비, 석화, 해파리 냉채, 대하구이, 오만디(미더덕과 비슷한 우렁쉥이과 동물), 장조림, 가오리찜 등에다 심지어 즉석에서 말아 나오는 충무김밥까지 든든하게 차렸다. 통술상이 아니라 잔치상이래도 손색없다.

창동 부림시장 인근 신라초밥은 그 역사가 오랜 집이다. 대를 이어 마산의 초밥맛을 지키고 있다. 마산어시장에서 바로 들여온 싱싱한 횟감이나 해물은 말할 것도 없고 솜씨도 좋아 많은 이들이 찾는다. 씻은 김치로 말아낸 김치마키는 이 집의 자랑거리다. 서울에 비하면 값도 저렴해 시민들과 관광객 모두 만족도가 높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055)243-3399.

DSC_1546
복국이나 아귀탕으로 해장하기에도 딱이다.

마산에선 보통 복국으로 해장을 즐긴다. 부산도 복국이 유명하지만 마산에선 고개를 가로젓는다. 일제강점기에 이미 복국집이 생겨났다. 마산복국거리 남성식당은 3대 째 영업하는 집. 복국을 마셔보면 ‘시원한 맛’이란 것이 어떤 맛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복국거리 광포복국집은 밀복, 참복, 까치복, 은복 등 다양한 복어로 국과 매운탕을 끓여낸다. 보통 맑은탕(지리)으로 즐기지만 추울 때는 화끈한 매운탕도 괜찮다.

마산어시장 내 고성자연산횟집은 맛좋은 활어회와 다양한 반찬, 조림, 튀김, 생탕(활어로 끓여낸 매운탕) 등 회 일체로 유명하다. 지금은 도다리 세꼬시가 제철이다. 생선국을 잘하기로 소문난 ‘거북집’은 호래기 회와 도다리미역국, 생선구이를 잘한다. 쑥 대신 미역과 해초를 넣고 끓인 도다리 국에도 역시 봄내음이 묻어난다

역시 아귀찜이다. 전국적으로 아귀찜집에는 보통 마산을 붙인다. 장작 마산에선 ‘아구찜’이라 한다. 아구찜거리에 집집마다 각자의 특색이 있으니 구수한 맛, 칼칼한 맛, 매콤한 맛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아귀찜뿐 아니라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의 아귀탕과 돼지고기와는 또 다른 수육 맛을 느낄 수 있는 아귀수육도 별미다.

생아귀와 건아귀 두가지 종류의 맛이 있으며 좀더 고급스러운 아귀수육도 별미다. 생아귀찜을 주로 취급하는 다정식당은 아귀수육과 찌개를 잘하는 집. 큼지막한 간을 비롯해 내장과 존득한 껍질이 곁들어진 수육이 특히 맛좋다. 옛날우정아구찜, 오동동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 마산아구찜 등이 맛집으로 유명하다.

DSC_4053
창원 상남동 만복횟집.

창원에서 잔대도 갈 곳이 많다. 창원 상남동 만복횟집은 제철 생선회와 다양한 음식을 한번에 즐기는 곳. 회는 물론, 맛좋은 반찬거리를 푸짐히 곁들여주니 안주로 썩 훌륭하다. 맛좋은 갈비탕집도 있다.

DSC_4053
창원 용호동 영등포왕갈비탕.

용호동 영등포왕갈비탕은 창원시민들로부터 입소문이 난 곳. 상가 2층이라는 불리한(?) 위치임에도 점심마다 줄을 선다. 시원하면서도 고소한 국물 맛도 좋고 김치와 반찬도 뜨끈한 국밥과 잘 어울린다. 갈비는 한입에 뜯기 좋게 잘라 푹 끓여내 술술 들어간다.

DSC_1546
창원 임진각 식당은 석쇠불고기와 소고기국밥으로 유명하다.

창원 임진각식당은 석쇠불고기와 소고기국밥으로 소문난 집. 시원 칼칼한 국물에 소고기와 양을 넣고 팔팔 끓여낸 국밥에 반찬 격으로 석쇠불고기를 함께 주문해서 먹는 식이다.

demor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