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범죄도시' 하준 "마동석 형님이 소고기 사주셨어요. 알잖아요 이 느낌"

정다훈 기자 2017. 10. 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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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눈빛을 지닌 충무로 신예 배우 하준을 주목하는 이유

[서울경제] 스크린 열세에도 불구하고 개봉 일부터 4일 연속 좌석점유율 1위 기록을 갱신중인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눈길을 끄는 충무로 신예배우가 있다. 강력반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신참형사 강홍석으로 눈도장을 찍은 하준은 2012년 뮤지컬 ‘환상의 커플’로 데뷔한 5년차 배우이다. 그는 ‘육룡이 나르샤’(2015), ‘양치기들’(2016) 등에 출연하며 천천히 성장 중이다.

배우 하준에 대해 강윤성 감독은 “강력반 형사들 중에 유일하게 전사가 있던 인물을 맡아 신참형사의 역전기를 잘 담아낸 젊은 배우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 마지막까지 2명의 배우를 놓고 많은 고민 끝에 최종 결정한 배우가 바로 하준이었다고 한다.

그의 전작인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을 인상 깊게 본 PD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다. 예상보다 역할이 커서 고조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특히 강력반에 와서 딜레마를 겪게 되는 홍석이란 인물의 고뇌를 그 누구보다 제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배우 하준은 “맑은 눈빛을 지닌 사람냄새 나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조은정 기자
“홍석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치른 경찰 시험에 한번에 붙었어요. 그러다 ‘강력반이 형사의 꽃’이라는 낭만을 가지고 강력반에 지원하게 돼요. 하지만 곧 딜레마가 오기 시작해요. 자신이 용감할 줄 았았는데, 그렇지 않은 자기를 발견해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계속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죠.”

무엇보다 하준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은 병원신이다. 형사팀의 과거를 비추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더 나아가 우리 세대 청춘들의 고민 역시 엿보게 한다.

“그 순간에 가족의 반대도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 외에도 자기 스스로 한계가 왔다는 걸 체감해요. 감정을 누르면서 말을 뱉어야 했어요. 그 장면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서나 느낌은 알겠는데, 그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되뇌었던 것 같아요.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둔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큰 포부를 품은 채 갓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다보면, 내가 능력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느껴지면서 좌절감과 자괴감이 오잖아요. 현실과 부딪쳐 나가는 홍석의 모습으로 인해 관객들 역시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봤어요.“

강력반 형사 단체 스틸 컷에서 강홍석은 선배들 뒤편에서 어색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서 있다. 처음 독사파에게 찾아가는 장면으로 인물로서 태도가 드러난다. 그 중 신참 홍석은 눈치를 보고 있다. 이 컷은 캐릭터의 태도가 잘 담겨 있어 하준 배우가 좋아하는 사진이라고 한다. 그렇게 홍석은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하준은 “막내 홍석이 거칠어지고 욕도 하면서 적응해 갈 것이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기본’은 지켜가는 강력반 형사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영화 ‘범죄도시’ 강력반 형사 단체 스틸 컷, 맨 오른쪽에서 두번째 뒤편에 막내 강홍석(하준 분)이 서 있다.
영화 ‘범죄도시’ 배우들 기념사진, 맨 오른쪽이 배우 하준
특히 그는 배우 이전에 그 누구보다 ‘범죄도시’를 사랑하는 관객이었다. “까르르 까르르 웃으면서 3번 이상을 봤다”며 N차 관람을 권유하기도 했다.

“동석이 형 펀치가 시원하죠? N차 관람 하는 관객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3번 봤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저런 게 있었군’ 발견하는 재미에 또 웃어요. 전염성이 커서 그런지 다 아는 이야기인데도 주변 관객들이 웃으면 같이 웃으면서 관람하게 돼요. 좋은 에너지를 얻게되는 영화죠.”

배우 하준은 ‘범죄도시’로 상업장편 영화 첫 작업을 하게 됐다. 장첸파 윤계상과 강력반 마동석 선배의 프로페셔널함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강력반 팀 선배 마동석은 실제 팀내 막내인 하준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챙겨줬다고 한다.

“동석이 형이 거칠어보이지만 스윗하고 따뜻한 면을 지닌 분이세요.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시고, 문제가 생기면 의견 조율도 해주셨어요. 제가 헤맬 때마다 연기를 편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촬영 끝나고 저희 팀 모두에게 소고기를 사주셨어요. 알잖아요. 소고기 사주는 선배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몸에 멍도 들면서 힘들게 촬영했던 폐처리장 촬영이 끝나고 새벽 4시에 고기를 먹었죠. 그 날을 잊을 수 없어요. 밖에서는 거칠지만 내 식구는 챙기는 강력반의 관계처럼 촬영 장에서 선배들과 친밀하게 지냈어요. 장첸파도 그 나름의 우애가 있어서 늘 똘똘 뭉쳐서 다니시던걸요.”

경남 창원 출신인 하준은 87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31세다. 배우로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고3 여름방학 때 연기학원에 다니며 꿈을 키웠다. 이후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대학졸업 후엔 아르바이트 인생을 이어왔다. 최근까지도 작품이 없는 시기엔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 영화관부터 애플 매장, 휴대폰 가게는 물론 백화점 향수 코너에서도 일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결과 ‘휴대폰 필름을 되게 잘 붙인다’고 너스레를 떨던 하준은 재작년엔 압구정에 있는 백화점에서 향수 사향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쇼핑 하러 온 윤계상 형도 우연히 봤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인생경험을 한 그의 삶의 철학은 ‘맑게 살아야 한다’ 이다. 그래야만 맑은 눈으로 사람을 대하고, 역할을 받아들일 때 더 담백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늘 ‘마음과 눈 상태’를 확인한다고 했다.

“배우의 눈빛이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눈빛이나 목소리는 트레이닝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마음을 표현하는 게 목소리이고 눈빛이잖아요. 마음을 닦으면 오늘 내 눈 상태가 어떤가? 흐린가? 진실을 볼 수 있나? 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답을 할 수 있어요. 결국 그게 목소리에도 반영된다고 봐요. 타고난 성대나 톤은 다른지 몰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따뜻함은 묻어나잖아요.”

배우 하준 /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하준/사진=조은정 기자
충무로 신예 혹은 라이징 스타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는 “민망하다”며 평범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경험 하나 하나를 알뜰하게 흡수하는 ‘알뜰한 배우’이자 ‘공감을 시킬 수 있는 배우’를 꿈꾼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마음으로 잘 들어야 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환상의 커플’ 때, 한지상 형에게 ‘연기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란 질문을 한 적 있어요. 그랬더니 형이 ‘잘 들으면 돼’라는 답을 들려줬어요. 정말 그 말이 진리죠. 잘 듣는다는 것. 머리로 듣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잘 들어야 하는거죠. 그렇게 되면 인물도 잘 읽게 되고, 상대에게 마음으로 말할 수 있게되니까요. 저도 공감을 해야 공감을 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거잖아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노력 중입니다.”

모든 배우들이 활어처럼 팔딱 팔딱 살아있는 영화 ‘범죄도시’ 개봉 이후 그를 알아볼 관객들은 늘어날 듯 하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간절한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그 마음만 전해진다면 행복할 듯 해요. 현재까지 절 길에서 알아보시는 분은 없어요. 팬클럽이요? 아직 없어요. 겸손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웃음)”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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