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은 자제하고 대화하라'..올해 노벨 평화상의 메시지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2017. 10. 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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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등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관계자들이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본부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모두 자제하고 대화하라.’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담긴 메시지다.

AP통신은 7일(현지시간) “노벨이 북핵 당사자들에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벨평화상의 메시지를 분석했다. 통신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가 시상 배경에 있었다고 전했다. 한반도의 핵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설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태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실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전날 ICAN 선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위원회는 “핵무기 사용의 재앙적 결과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조약에 근거한 핵무기 금지를 위한 노력의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고, 북한이 전형적인 예가 되고 있듯이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실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를 두고 “이미 금이 갔지만 되돌릴 수 없을 지경으로 박살이 나기 전에 당사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려는 애처로운 호소”라고 평가했다.

베아트리스 핀 ICAN 사무총장도 수상 소감을 밝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향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불법이고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둘 다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핀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그에게 핵무기 사용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한 핵무기 보유란 없다”면서 북한을 비판했다.

ICAN의 평화상 수상에는 북한 핵문제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검토하고 있는 이란 핵합의에 대한 지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벨평화상 역사가인 오에빈드 스테네르센은 “노벨상 위원회가 미국과 북한에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길 원했다”면서 “또 이란 핵합의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합의 자체를 부각시킬 경우 이란 정권에 대한 지지로 비칠 수 있지만 반핵 메시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란 핵합의 지지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ICAN 선정 이유를 북핵 위협, 이란 핵합의의 불확실한 미래, 핵전쟁 위험 고조,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채택 공로, 노벨위원회의 반핵 성향이란 5가지를 제시했다. 노벨 위원회는 반핵 운동에 앞장섰던 핵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 박사를 시작으로 최소 4번 반핵 단체 또는 개인에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ICAN은 핵무기의 관리가 아닌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추구한다. 때문에 핵보유국들은 ICAN의 평화상 수상에 떨떠름한 모습이다. 당장 미국 정부는 ICAN의 평화상 수상에도 핵무기금지조약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AFP 통신에서 “그 협약은 세계를 더욱 평화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고, 단 하나의 핵무기라도 없애는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며, 어떤 나라의 안보도 제고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핵 보유 4위인 중국은 이틀째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미국, 러시아와 함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국, 영국, 프랑스는 지난 7월 ICAN의 노력으로 유엔이 채택한 핵무기금지조약에 불참했다. 핵보유국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핵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 파키스탄은 물론 핵보유를 주장하는 북한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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