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이후.. 역도판, 또 들썩거린다

주형식 기자 2017. 10.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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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고교때 기록 16년만에 깬 여고생 力士 이선미에 역도계 환호
"이런 성장세라면 올림픽 金기대"
처음엔 "재능없다" 회의적 시각
부족했던 상체 근육 만들기 주력, 중3때부터 노력의 결실 나타나

경산 경북체고 역도체육관에는 추석 하루를 빼고는 연휴 기간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2학년 이선미(17)는 130㎏이 넘는 바벨을 3시간째 쉴 새 없이 머리 위로 들었다 놓고 있었다. "연휴인데 놀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빙그레 웃었다. 굳은살로 덮인 울퉁불퉁한 손바닥으로 땀을 훔치며 "이따 훈련 끝나고 워너원(아이돌) 영상 보면 힐링돼서 괜찮아요"라고 했다. 체육관 불은 저녁 8시가 돼야 꺼진다.

이선미는 지난 6월 한국 역도계를 깜짝 놀라게 한 특급 유망주다. '역도 여제' 장미란(34)이 세웠던 여자 고등부 최중량급 기록을 뛰어넘었다. 장미란이 원주공고 3학년 시절인 2001년 전국체전에서 기록한 합계 260㎏(인상 115㎏, 용상 145㎏)은 16년째 깨지지 않던 벽이었다. 지난 6월 전국남녀역도선수권대회 여고부 최중량급(90㎏ 이상) 경기에서 이선미는 합계 263㎏(인상 117㎏, 용상 146㎏)을 들어 올렸다. 3부문 모두 여자 고등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130㎏이 넘는 바벨을 들 때도 이선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지난 3월부터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한 그는 120㎏대 헐크로 변신했다. 덕분에 ‘역도 여제’ 장미란(34)이 세웠던 여자 고등부 최중량급 기록을 16년 만에 뛰어넘었다. /장련성 객원기자

2013년 장미란 은퇴 후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역도계는 이선미의 등장에 환호하고 있다. 그는 체격도 장미란(170㎝)보다 크다. 키 174㎝, 몸무게 120㎏이다. 역도계에선 "이런 성장세라면 올림픽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고 기대한다. 최근 이선미 이름 앞엔 '제2의 장미란'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선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 처음엔 15㎏ 바(bar)도 들지 못했다. 당시 체육 선생님이 "체격(당시 키 172㎝·몸무게 80㎏)이 딱 역도 할 몸"이라며 바벨을 들게 했지만 힘을 쓸 줄 몰랐다. 안쓰러웠던 부모님은 "여자가 무거운 역기 들다가 다치면 나중에 결혼도 못 한다"며 반대했다.

이선미는 "그대로 물러서면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매일 0.01㎏씩 무겁게 들다 보면 언젠간 될 거다'라고 마음먹고 연습에 몰두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중학교에서 3년 바벨과 씨름하자 성과가 나타났다. 그는 경북체중 3학년 때인 2015년 합계 243㎏(인상 110㎏, 용상 133㎏)을 들어 3부문 여자 중등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선미는 오는 20일 전국체전에서 '한국 주니어(20세 이하) 신기록'을 들어 올릴 목표를 세웠다. 장미란이 2003년 전국체전에서 기록한 합계 276㎏(인상 120㎏, 용상 156㎏)이 현재 기록이다.

장미란(당시 25세)이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에서 인상 140㎏을 번쩍 든 모습. 장미란은 합계 326㎏(인상 140㎏, 용상 186㎏)을 들어 올려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선미는 상체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 역도에서 높은 성적을 내려면 '헐크' 몸매가 필수적이다. 그는 매일 2시간 동안 85㎏ 숄더 프레스 기구를 수백 번 들면서 어깨 근육을 강화한다. 그리고 10㎏ 원판을 들고 윗몸일으키기 150개를 한 후 다리를 고정한 채 상체만 들어 올리는 허리 운동을 300개 넘게 하면서 복근을 단련한다. 이선미의 몸무게는 올해 초 116㎏에서 120㎏으로 늘었다. 웨이트 덕분에 상·하체 밸런스가 맞아 역기를 들고 미는 힘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한다.

함께 훈련하는 1년 선배 김지현(18)은 이선미를 성장시키는 자극제다. 경북체고 3학년 김지현은 지난해 세계주니어역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 용상(132㎏)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종일 경북체고 감독은 "둘은 체육관에서 마주 보며 훈련을 하는데, 서로 더 무거운 바벨을 들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선미가 꿈꾸는 무대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그는 "장미란 선수처럼 세계 무대를 번쩍 들어 올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한참 더 바벨을 들어야 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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