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잘 자리 없으니 나가" 텃세.. 6인실에 13명 수용도
[동아일보]
경기 의정부교도소의 한 감방에 수용자들이 앉아 있다(위 사진). 이곳은 여섯 명이 정원인 혼거실이지만 두 배가 넘는 13명이 수용돼 한눈에도 비좁아 보인다. 수용자들이 잠을 자기 위해 모두 누우면 몸을 뒤척이기도 쉽지 않다. 일부 수용자는 옆 사람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벽에 등을 기대거나 무릎을 구부리고 칼잠을 잔다. 전국의 다른 교도소와 구치소도 대부분 심각한 과밀 상태다. 법무부 제공 |
입실을 거부한 신입 입소자는 일정 기간 TV 시청과 면회가 허락되지 않는 독거실(독방)에서 생활하는 벌을 받는다. 감방이 꽉 찬 상황에서 계속 신입 수용자가 배정되다 보니 공간 부족에 불만을 품은 기존 수용자들이 텃세를 부리며 벌어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과밀이 심각한 구치소나 교도소일수록 ‘신고식’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 “1만 명 이상 수용할 교정시설 필요”
교정시설 규정상 1인당 기준면적은 2.58m²(약 0.8평)이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교정시설 탓에 전국 수용자의 62%인 3만5000명가량은 기준 면적보다 좁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특히 전체 수용자의 23%인 1만3000명은 1.79m²(약 0.5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지낸다. 일부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는 6인용 혼거실을 규정 정원의 2배가 넘는 13명이 함께 쓰기도 한다.
여성 수용자의 과밀 수준은 더욱 심각하다. 올해 4월 기준 여성 수용자 수는 3979명으로 2008년에 비해 57%가량 증가했다. 여성 수용자 수용률은 135%로 전체 수용률 평균 122.6%와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감방 과밀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석방 심사기준을 높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법무부는 2013년 통상 형기의 70∼80%를 마친 수형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가석방 심사기준을 형기의 90% 수준으로 높였다. 이후 교정시설 과밀화가 심각해지자 2015년 말 다시 기준을 80% 수준으로 낮췄지만 과밀화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전국 교정시설의 감방이 빽빽한 콩나물시루로 변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지내는 혼거실 수용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방 안 온도가 30도가 넘는 여름에는 자해소동을 벌이거나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징벌을 받고 독거실로 옮기려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한 교도관은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수용은 감금에 불과하다”며 “사정이 이래서는 교정시설의 본래 기능인 교화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에는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교도소 내 과밀 수용 행위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구치소에 열흘간 수용됐다가 석방된 강모 씨는 “구치소 내부 1.06m²(약 0.3평)에서 팔다리를 마음껏 뻗지 못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교정시설의 지나친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향후 5∼7년 내 수용자 1인당 생활면적을 2.58m²(0.8평) 이상으로 넓히라”고 권고했다.
8월에는 교도소와 구치소 내 과밀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은 수용자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용자 1인당 2m² 이하에서 생활하게 한 기간만큼 위자료를 줘야한다”며 “정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150만 원과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 교정 인력 부족도 심각
이 같은 인력 부족으로 ‘교도관 트레이드’라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3월 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구속 수감되자 서울구치소는 급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전담할 여성 교도관 인력 충원을 시도했다. 24시간 내내 박 전 대통령을 감시 및 보호하려면 기존 여성 교도관 수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구치소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서울구치소의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서울구치소는 남자 교도관 3, 4명을 내주고서야 같은 수의 여성 교도관을 받을 수 있었다.
인권이 강조되면서 교도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교도관이 삼단봉으로 손쉽게 수용자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권이 강조되면서 그 같은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도관들이 악의적인 고소·고발, 인권위원회 진정·제소 등을 꺼리는 것을 악용하는 수용자도 적지 않다. 일부로 각종 투서와 진정 등을 내 교도관을 골탕 먹이는 것이다. 감방에서 배식을 받은 수용자가 창살 사이로 음식물을 교도관에게 던지거나 본인의 인분을 투척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북부제1교도소 이모 교도관은 “수용자와 말싸움을 하고 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숨쉬는 게 힘들다. 뒷목도 자주 아프다”고 호소했다.
교도관은 낮 시간에 근무하는 출정과 직원 등 사무직 교도관과 ‘주야비윤(주근-야근-비번-윤번)’ 4부제 형태로 근무하는 야간근무 교도관으로 나뉜다. 야간근무 교도관의 경우 첫날에는 주간 근무, 둘째 날은 오후 5시부터 셋째 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한 뒤 휴식하고 넷째 날은 교대로 쉬거나 근무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력 부족 때문에 출정과 직원이 야간근무를 하거나 야간근무 교도관이 넷째 날 비번 근무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정읍교도소 오모 교도관은 “8일에 하루꼴인 휴무일에도 출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교도관 대부분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용자들은 구치소·수용소에 평생 있는 게 아닌 만큼 그들을 교화시킬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늘어난 수용자만큼 교도관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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