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65년-갈 길 먼 뿌리찾기] 한국 출신 입양아는 미국에서 '5만달러 +α'

김준영 2017. 10. 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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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진국들은 입양을 둘러싼 딜레마에 봉착했다. 저출산과 난임 부부의 급증으로 인해 입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동 복지체계의 틀이 갖춰진 자국 내에서는 입양의 대상이 되는 요보호아동이 갈수록 줄고 있다. 결국 자국 내 해결이 불가능해진 탓에 국제입양으로 눈을 돌리 수밖에 없는데, 제3세계 국가나 극빈국 출신의 아동이 대개 신분이 세탁되고 범죄에 휘말리는 등의 상황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일례로 네덜란드 범죄입법아동보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부를 상대로 해외입양을 금지할 것을 통보했다. 모든 국가로부터의 해외입양을 금지한 것은 아니고 일단 중국과 미국, 유럽 국가 등이 대상이었다. 이유로는 “국제적인 입양이 늘어나면서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입양 수요까지 늘리고 말았다”였다.

미국 홀트 인터내셔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홀트 가족(입양부모)들을 위해 330만달러를 지원했다’며 ‘입양을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내용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홀트 인터내셔널 제공
고아나 기아 등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아동이 대상이라면 얼마든지 당연하게 입양이 추진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입양 수요를 맞추기 위해 아동 납치 및 불법 입양에 대한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내린 결정이었다.

아이티나 아프리카의 극빈국에서는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고 대량의 아동 납치 및 아동 매매에 대한 문제가 터져나왔다. 여기에는 범죄조직뿐만 아니라 공무원 등까지 조직적으로 연계된 부분이 폭로되며 충격을 더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었기에 반인륜적 범죄를 외면한 채 국제 입양을 진행할 수 없다는 네덜란드 정부 차원의 판단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왜 국제입양이 인신매매나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일까. 나름대로 제도권이면서도 세계 최대의 입양 시장인 미국의 상황을 보면 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출신 아동의 공식 입양 비용은 4400만∼6100만원

4일 미국의 대표 입양기관인 홀트 인터내셔널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한국 출신의 아동을 입양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3만8785∼5만3980달러(약 4400만∼6100만원)으로 적시돼 있다. 이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먼저 홀트에서 입양에 대해 수수료(Holt fee)로 받는 부분이 3만2250∼3만3150달러로 돼 있다. 홀트가 챙기는 부분으로 입양 비용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입양 수속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과 입양부모를 위한 교육, 각종 프로그램 비용 등이 포함됐다.

다음으로는 제3자 비용(Third Party Cost)이라는 게 있는데 1635∼7830달러이다. 이는 USCIS라는 미국의 시민권 부여 및 이민 절차를 밟기 위한 행정적 처리 비용과 의료·신상 기록 등과 관련한 행정 절차 등의 비용이다.

마지막으로는 여행비(Travel Cost)로 4900∼1만3000달러이다. 말 그대로 2인(부부) 기준의 항공기 티켓 등 입양 절차를 위해 필요한 여행경비다.

홀트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3만5385∼4만9900달러) △베트남(2만8545∼4만640달러) △태국(2만8420∼4만765달러) △필리핀(2만7895∼4만640달러) △인도(3만1470∼4만9565달러) △아이티(4만4385∼5만8080달러) △에티오피아(3만7485∼4만6380달러)의 입양 비용이 소상히 공개돼 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 국가는 전체 5372명 중 △1위 중국 2231명 △2위 콩고 359명 △3위 우크라이나 303명 △4위 한국 260명 △5위 불가리아 201명 등 주요 5개국이 62%로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10위권까지 확대해보더라도 한국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 혹은 제3세계국가들의 일색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홈페이지에 적시된 비용만 지불하면 입양이 가능한 것일까? 아마도 그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입양기관의 수입에 입양 수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밖에 사회단체와 종교기관을 비롯한 민간으로부터의 막대한 후원금이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원금에는 입양부모의 후원금도 포함된다.

입양부모인 A씨(42)씨는 “입양 수속이 마무리된 뒤 입양기관에서 공공연하게 수백∼수천만원의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입양 수속을 더 빨리 진행하기 위해 후원금의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얼마든지 지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결국 전체 입양비용은 수수료에 후원금이 더해진 규모가 되는 셈이다.

미국의 홀트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국 출신 아동을 입양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홀트 인터내셔널 제공
◆왜 한국 출신 아동의 입양이 더 비쌀까

출발 및 과정이야 어찌 됐든 현 시점에서 국제입양이 위기 아동의 구제보다는 입양이 필요한 수요자를 맞추기 위한 쪽으로 더 무게가 쏠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입양의 날(5월11일) 행사나 입양과 관련한 각종 세미나 등 행사가 이뤄질 때마다 미국 대사관 직원 심지어는 미국 정부 관계자까지 참여해 동향을 살피는 것도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2004년 한 해에 2만2989명에 달했던 미국 내 국제입양아가 지난해 5370명으로 뚝 떨어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수요를 독려하기 위한 각종 행위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한국까지 날아와서 한국의 입양에 대해 칭찬하고, 헤이그국제입양협약 가입을 독려하는 등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과연 표면적인 이유 때문만일지를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에서 살펴본 국가별 아동의 입양 비용이 다른 것은 여행경비나 행정처리 비용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특히 한국 출신의 아동은 국제적으로 ‘우수한 입양아’로 평가받는다. 기본적으로 서양인의 동양인에 대한 막연한 호감 같은 부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매우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내 입양기관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 수준이란 무엇일까. 일단 종합적인 측면의 수준으로 보면 된다.

먼저 신분에 대한 부분이다. 대형 재해나 내전을 겪은 국가로부터 송출된 아동의 경우 서류적 항목, 출신지 등 여러 부분이 미흡하거나 날조된 부분이 많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미혼모(90% 이상 차지)로부터 아동을 인계받아 친권을 공시적으로 포기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절차적으로 완벽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그렇다.

다음으로 아동의 기질이나 외모 등에 대한 부분이다. 서류 항목도 미비한 다른 나라의 아동과는 달리 한국 출신의 아동은 입양기관에서 입양되기 전까지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동의 외모나 복장은 물론 순종성이나 기질 등 여러 면에서 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에 비해 양호할 수밖에 없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입양기관들은 국가 차원의 가정위탁제도와 별도의 위탁모를 양성하고 운영한다. 한 입양기관의 관계자는 “입양기관들이 별도로 운영하는 위탁모 제도는 한국 출신의 입양아들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에서 각종 요보호아동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입양절차 또한 진심으로 아동 구제를 위한 것인지, 입양을 준비시키기 위한 차원인지를 곰곰이 따져볼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과 관계없이 국내 입양기관들은 여러 연예인과 유명인을 내세워 ‘입양은 사랑’임을 홍보하며 정부로부터 매년 표창을 받는 것은 물론, 막대한 규모의 후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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