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플러스] 한국 전 대통령은 '바늘방석'에, 미국은 '돈 방석'에

국기연 2017. 10. 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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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 대통령들, 왼쪽부터 조지 H.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한국과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청와대를 나서면 그다음에 가는 곳이 으레 검찰청이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집에 있든, 교도소에 있든 ‘가시방석’에 앉아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면 강연과 저술 활동 수입 등으로 ‘돈방석’에 앉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칼날 앞에 놓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임’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바로 옆 건물인 서울중앙지검의 포토 라인에 ‘전전임’ 대통령이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국가정보원 적폐’ 수사가 원세훈 전 원장을 넘어 이 전 대통령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고,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게 관례이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정치 공작 최종 책임자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오바마의 억대 강연료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2기를 ‘스캔들 프리’로 마쳤다. 오바마 정부나 고위직 인사들이 개입된 스캔들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데다 ‘클린 정부’를 이끌어 퇴임 후에도 ‘록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과 스캔들로 얼룩진 임기를 보내고 있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퇴임 후에 ‘억대 강연료’ 논란의 주역이 됐다. 그는 지난 9월 월가의 한 행사에서 연설하는 대가로 약 40만 달러(약 4억5800만 원)가량을 받았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4월에 뉴욕의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기업 A&E 네트워크 홍보 행사에 참석한 대가로 역시 40만 달러가량을 챙겼다. 오바마의 몸값은 한번 떴다 하면 평균 40만 달러인 셈이다.

◆퇴임 후 빈털터리가 된 미 대통령들

미국의 대통령 사에서 전직 대통령이 돈벌이에 나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1876년 퇴임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돈이 없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는 퇴임 이후에 먹고 살려고 회고록을 저술했다고 뉴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한국 전쟁 당시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1953년 1월 퇴임한 후에 미주리주 인디펜던트에 있는 자신의 고향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일반 승객이 타는 기차 편을 이용했다. 정치인으로 살아온 트루먼은 퇴임 이후에 저축한 돈이 남아 있지 않았고, 그의 퇴임 이후 수입은 제1차 대전에 현역 군인으로 참전한 데 따른 군인 연금으로 1개월에 112.50달러를 받는 게 전부였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트루먼의 궁핍한 생활을 보다 못한 친지들이 그에게 돈벌이가 되는 일자리를 권했으나 그는 모두 사양했다. 트루먼은 “대통령직의 영예와 위엄을 돈벌이에 이용해서야 되겠냐”고 일갈했다.

트루먼은 부인 베스와 함께 퇴임 이후에 경호원 없이 스스로 차를 몰고 미국 전국 일주에 나섰다. 트루먼 부부가 농장이나 식당 등에 단둘이 나타날 때마다 주민들이 환호를 보냈다.

트루먼의 후임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린든 존슨 전 대통령도 퇴임 이후에 고향에서 책을 쓰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보냈다.

미국은 1958년에 전직 대통령 예우법을 제정해 연금으로 연간 20만 달러를 주고, 비서진과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돈벌이에 나서는 미 대통령들

미국에서 대통령직 퇴임 이후 행보에 전환기적인 변화를 몰고 온 인물은 리처드 닉슨이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했다. 닉슨은 퇴임 이후에 여러 권의 책을 써서 돈을 벌었다.

닉슨의 후임 제럴드 포드는 퇴임 이후에 아예 기업체의 이사로 취직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로널드 레이건은 백악관을 떠난 뒤 일본을 방문해 연설하면서 100만 달러 이상의 강연료를 받아 ‘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빌 클린턴은 2001∼2009년 사이에 강연료 등으로 6500만 달러를 벌었다. 조지 W. 부시도 후임자인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1기가 끝나기 전에 벌써 2000만 달러를 벌었다. 오바마 부부는 자서전 출판의 대가로 6500만 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지미 카터는 퇴임 이후에 왕성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으나 강연료를 받으면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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