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트럼프의 대북 정책은 '재팬 퍼스트'인가

국기연 2017. 10. 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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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 밤 전화로 북한 문제 대응책을 협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두 정상은 약 12분간 통화했으며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100%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두 정상은 현 단계에서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중국, 일본 방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됐고,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의 ‘넘버 1 동맹국’은 일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진보 성향 언론 매체인 ‘네이션’(Nation) 최신호는 저널리스트 팀 셔록이 쓴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응하면서 ‘재팬 퍼스트’ 정책을 따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일 신 밀월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트럼프-아베 브로맨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유화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 미국이 2∼3개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히자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 완전 파괴’ 위협을 했고, 대북 군사옵션 동원 가능성을 줄곧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노선에는 아베 일본 총리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네이션이 분석이다. 이 매체는 “아베가 트럼프의 ‘세계에서 가장 충실한 팬’이고, 협력자이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트럼프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대상이 아베 총리이고, 트럼프와 아베는 북한이 일본을 넘어가는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결속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에 떨어질 것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 조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직전에 뉴욕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대북 제재가 실패하면 군사적인 공격을 단행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대북 군사 공격을 할 때는 괌에 있는 B1 폭격기와 함께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 있는 미 해병대의 F-35 전투기가 동원되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네이션이 강조했다.

최근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일본 측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에는 일본의 이익을 가장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부나카 미토지 전 6자 회담 일본 측 대표는 “북한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본은 그러한 현상유지 정책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아베의 대북 강경론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해상 봉쇄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아베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물품, 자금, 기술, 인력 등이 모두 군사 프로그램 가동을 위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전면 봉쇄 조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22일 총선거를 하면서 내세운 명분 중의 하나가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네이션은 “아베의 효과적인 개입으로 문 대통령이 사이드라인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NYT)도 문 대통령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일본 지도자(아베)가 트럼프와 사이에 빛이 샐 틈이 없는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것은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와 같은 발언에 불편함을 느끼는 다른 지도자들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아베 동맹 체제는 문 대통령을 사이드라인으로 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각국에 대북 군사옵션을 지지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네이션이 지적했다. 평화주의 행동 단체들은 유엔이 개입해 대북 외교적 접근책을 사용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유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과 일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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