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개천절’ KIA 완전우승이냐, 두산 기적창조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03 06: 50

 곰과 호랑이의 운명이 공교롭게도 개천절에 결정된다. 호랑이 한걸음 앞서 나가고 있지만, 인내의 곰 또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어쨌든 시즌 막판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국시리즈 직행 전쟁은 이날 끝난다.
KBO 리그 10개 팀은 3일 2017년 정규시즌 최종전을 갖는다. 이미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개 팀(KIA·두산·롯데·NC·SK)은 모두 확정됐다. 그러나 5위 SK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 팀은 순위가 확정되지 않았다. 최종전 결과에 따라 1~4위가 줄을 선다. 최종전에서 1~4위 팀 순위가 결정되는 것은 KBO 리그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와 NC의 3위 싸움도 관심이 몰리지만, 역시 가장 큰 화두는 KIA와 두산이 벌인 정규시즌 우승 타이틀 싸움이다. 두산의 맹추격으로 성사된 이 빅매치에서 일단 KIA가 한숨을 돌렸다. 2위 두산에 1경기 차로 앞서 있는 KIA는 3일 수원 kt전에서 이기거나, 지더라도 두산이 3일 잠실 SK전에서 질 경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다. 매직넘버 ‘1’이다. 두산은 두 가지 수가 모두 맞아야 한다. SK를 잡고, KIA가 져야 역전이 가능하다.

사실 싱겁게 끝나는 듯 했던 정규시즌 1위 경쟁이었다. KIA가 초반부터 달렸다. 전반기까지 57승28패(.671)라는 높은 승률로 10승부터 60승 고지를 차례로 선점했다. 전반기 2위 NC(48승35패1무)와의 승차는 6.5경기나 됐다. 당시 두산은 42승39패1무로 전반기 반환점을 돌았다. “결국 두산이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두산이 이렇게까지 KIA를 위협할 줄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두산이 후반기 7할 이상의 승률(2일 현재 0.712)을 기록하는 동안 KIA는 5할 승률을 갓 넘기는 데 그쳤다. 70승, 80승 고지를 먼저 밟기는 했으나 두산과의 승차는 점점 줄었다. 계속해서 승차가 줄었고 KIA의 초조함도 더 커졌다. KIA가 몇 차례 추월 위기를 간신히 넘기는 듯 했으나 결국 9월 24일에는 공동 1위를 허용하는 등 두 팀이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끝에 여기까지 왔다.
KIA가 마지막까지 1위를 지키면 이른바 ‘완전 우승’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10승부터 80승까지 모두 선점하며 최종 순위표에서도 1위를 지킨다. KIA는 4월 12일 이후 단 한 번도 1위 타이틀을 내놓지 않았다. KIA가 완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해태 시절이었던 1993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당시 해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추가했다.
하지만 두산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는다. 3일 SK전에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내세워 경기를 이긴 뒤 KIA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다. 잠실에서 SK를 상대한 니퍼트는 항상 좋은 기억이 많았다. 5위를 확정한 SK도 5일 시작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날 경기에 전력을 다할 가능성은 낮다. kt가 KIA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만큼 대역전의 희망은 있다.
두산은 OB 시절이었던 1995년 KBO 역사에 기억될 만한 역전 우승극을 연출했다. 9월에 18승을 따내며 선두를 달리던 LG와의 승차 6경기를 순식간에 지웠다. LG를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손에 넣었다. 한국시리즈 개막까지 다소간 시차가 있었지만 기세와 흐름을 잘 이어간 것이다. 반대로 KIA는 1위를 내줄 경우 선수단 전체에 감돌 허탈함이 포스트시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운명의 하루’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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