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발행..'현금 없는 사회' 올까?

권혜민 기자 2017. 10.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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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 강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일상 화폐 대체할 가능성 낮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민간 가상통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현금 없는 사회'의 출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지폐, 동전이 아닌 디지털화폐를 발행하고 이 가상화폐가 일상생활에서 현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 여부 검토에 나섰으나 한국은행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은 지난달 29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5년 말이다. 2014년 이후 일부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채택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분산원장기술에 주목하게 됐다. 양적완화나 포워드 가이던스 등의 통화정책보다는 디지털화폐를 통한 확실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소비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수단으로서 디지털화폐를 도입하자는 학계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2015년 말부터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금융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맞불놓기 작전'의 일환으로 디지털화폐 논의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UBS, 바클레이스, HSBC 등 6개 주요 상업은행들은 USC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담보로 한 디지털화폐를 보다 안전하고 저렴하고 빠른 은행간 결제시스템 구축에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일부 중앙은행도 디지털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이 가장 적극적인데, 지난 30년간 화폐발행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만큼 디지털화폐를 통한 '현금 없는 사회' 이행 가능성을 따져보는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말 'e-Krona'(이크로나) 프로젝트를 출범하고 연구를 통해 디지털화폐 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ECB(유럽중앙은행), 홍콩, 일본 등은 국가들은 스웨덴 만큼 적극적이진 않지만 분산원장기술을 지급결제 시스템에 활용해 보는 실험을 시작했다. 은행간 거래시 증권결제, 역외송금 등에 디지털화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IT(정보기술) 업체 입찰에 나섰다. 상업은행과 일부 증권사가 한은에 맡겨 놓은 지불준비금을 대상으로 자금 이체, 증권거래에 디지털화폐 도입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따져 보는 내용의 실험이다.

차현진 한은 금융결제국장이 29일 오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다만 한은은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가 은행이 아닌 일반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발행돼 일상 생활에서 쓰이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차 국장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일상생활의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조만간에 발행될 가능성이 낮고 발행되더라도 은행간 거래나 중앙은행간 거래에만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일반 국민들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를 쓴다는 것은 온 국민에게 예금계좌를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업 은행을 상대하기로 돼 있는 중앙은행의 설립 취지와 위배되며 민간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위축해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은행 결제시스템이 스스로 북한 등 온갖 해커 등의 표적이 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24시간 개인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 '빅브라더'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 국장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민간 발행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화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현실적으로 해외 송금 수단으로 쓰이는 면이 있다는 점에 기능적으로 지급 수단에 가깝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라면서도 "정책 당국으로선 화폐나 지급수단 보다는 상품에 가깝다고 본다"고 했다.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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