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들 "김광석 목매 죽어.. 딸도 학대 흔적 없어"

김은중 기자 2017. 10.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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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들 "과학적 사실, 의혹만으로 뒤집어선 안 돼"]
김광석 자살했나?
일부 "누군가 끈으로 목졸라"
부검의 "출혈 등 타살 증거없어"
김광석 부인, 딸 학대했나?
유족 "고의로 방치해 죽게 만들어"
부검의 "몸에 상처·멍 발견못해.. 인터넷 떠도는 독살설 말도 안돼"

'김광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고소·고발인 및 참고인 2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고 1일 밝혔다. 하지만 김씨와 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김씨의 처 서해순씨가 딸에게 농약을 먹였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부검에 관여했거나 결과를 분석한 법의학자들이 "이들에 대한 타살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 과학적 사실을 의혹만으로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김씨는 1996년 1월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목에 줄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은 "타살 증거는 없다는 게 부검 결과"라고 말했다. 서 전 원장은 김씨 사망 당시 국과수 법의관으로 근무해 부검 과정에 대해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다.

고 김광석씨가 생전 딸로부터 볼에 뽀뽀를 받는 모습.

일부에선 "끈 흔적이 목 앞쪽만 진한 것은 누군가 뒤에서 끈으로 김씨의 목을 잠아 당겼기 때문"이라며 타살설을 제기한다. 자살을 하면 줄이 목을 한 바퀴 휘감으며 조이기 때문에 흔적이 목 앞뒤로 골고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법의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서 전 원장은 "스스로 목을 맸을 때 앞쪽만 선명한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했다. 서 전 원장은 "타살 혐의점이 없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더 있다"며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김씨에게선 골절이나 출혈이 없었다고 한다. 서 전 원장은 "누군가 끈으로 목을 졸랐을 때, 목에 가로줄이 나타나고 (저항하는 과정에서) 골절·출혈이 수반된다. 김씨의 경우 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해된 피해자의 목에는 끈 자국이 2~3개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른바 '저항흔'이다. 그런데 김씨 목에는 끈 자국이 하나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은 "당시 부검 결과를 다른 법의관들이 검토했지만, 아무도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것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접 부검을 집도한 권일훈 권법의학연구소장은 본지 통화에서 "왜 타살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경찰·검찰이 유명 가수의 죽음에 타살 혐의점이 있는데 숨겼겠느냐"고 했다. 부검 과정에 대해선 "(타살과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부검을 했고, 객관적으로 확인한 사실은 부검 감정서에 모두 적었다"고 말했다.

김씨 딸의 부검 감정서를 본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김씨 딸이 타살됐거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검 감정서는 김씨 아내가 최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김씨의 친형은 "서씨가 발달 장애가 있는 자기 딸이 폐질환에 걸렸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학대해 2007년 숨지게 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서씨가 폐렴을 일으키는 '그라목손(죽음의 농약이라 불리는 제초제의 일종)'을 먹였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만약 김씨의 딸이 농약에 중독돼 사망했다면, 부검 당시 체내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씨 딸의 부검 감정서에는 '폐질환(미만성 폐포 손상, 폐렴, 이물 흡입)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사망 원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법의관들은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약·독물 검사를 했다. 거기에선 디하이드로코데인, 메칠에페드린 등 기침 감기약 성분만 발견됐다. 서씨는 "딸이 죽기 며칠 전부터 감기 증상이 있어 기침 감기약을 먹였다"고 했다. 몸에는 별다른 상처나 멍이 없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부검 감정서를 보면 서씨의 말이 사실"이라며 "일주일 이내에 물리적 학대가 있었다면,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서 전 원장은 "김씨와 딸의 사인(死因)을 증명해주는 과학적인 증거들이 있는데, 비전문가들이 각종 의혹만으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 같다"며 "과학적 사실은 시간이 지난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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