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앙정부, 경찰 동원 투표소 봉쇄·투표함 압수…항의하던 주민 330여명 부상
결과·정당성 놓고 진통 예상
1일(현지시간)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는 오전 9시 개시 직후부터 파행으로 치달았다.
전날 투표소 2315곳 중 1300곳을 봉쇄하고 투표용지와 봉투, 전단 등을 압수한 스페인 경찰은 당일에도 현장에 강제 진입해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압수했다. 주민들은 전날 밤부터 투표소를 지키려 밤샘 농성을 벌였고, 날이 밝자 경찰을 저지하려 인간사슬을 만들었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쏘며 진압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중상자를 포함해 33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카탈루냐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투표를 밀어붙였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투표 결과는 물론, 투표 과정의 정당성을 놓고도 오랜 진통이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투·개표 관련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카탈루냐 정부 기술정보통신센터를 장악했다. 투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삭제했다. 이니고 멘데즈 데비고 정부 대변인은 “개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카탈루냐 정부는 급한 대로 지정투표소가 아닌 곳에서도 투표를 허용하기로 했다. 압수된 투표용지 1000만장 대신 급히 새 용지를 인쇄하고 집에서 인쇄한 투표용지도 쓰게 했다. 지난주 해체된 선관위 대신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임시 선관위를 꾸렸다. 조르디 투룰 카탈루냐 정부 대변인은 이날 “전체 투표소 중 73%가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경찰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수기로 명부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투표율이다. 카탈루냐의 독립 의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정부는 전체 530만 유권자 중 100만명만 참여해도 성공이라는 입장이지만, 2014년 비공식 투표 참가자 230만명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엘파이스는 사설에서 “이번 투표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사기”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