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盧 '코알라 합성'·'논두렁 명품 시계' 직접 작업..심리학자 자문까지 받아
이명박 정부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 그를 비하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동원해 ‘코알라 합성 사진’을 조작, 유포시켰다는 국정원 내부 증언이 나왔다.
전 국정원 서버관계자는 28일 종편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직적 음해 공작은 서거 후에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증언을 한 전 국정원 심리전단 관계자는 “모욕을 주는 3단계 방법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응용했다”며 “1단계 ‘권위 훼손하기’, 2단계 ‘주위에 있는 사람이 떠나가게 만들기’, 마지막 3단계 ‘고립시키기’”라고 밝혔다.
그는 극우사이트 일베가 조지적으로 유포한 ‘노 전 대통령 영정과 코알라’ 합성사진을 만든 것도 국정원 작품으로, 심리학자가 자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심리학자는 “다들 어릴 때 사진에 낙서하지 않는가, 낄낄거리지 않는가, 영장 사진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요즘은 합성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고 국정원 전 직원은 증언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강연을 한 적은 있다’ 심리학자의 해명에 전 심리전단 관계자는 “얼굴 보고 대면하자고 하라, 내가 거짓말 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라며 “북한이나 적한테 할 행동을 국민한테 하는 게 너무 화가 많이 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사진과 코알라 사진을 합성한 것도 심리학자가 자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과 관련해 사적 네트워크를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적으로 접근해서 ‘저 사람 쓰면 안돼’ 이러면서 부탁하고 그런 게 바로 ‘사적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또 “갑자기 발령 날 거라고 승진할 거라고 얘기해놓고 ‘한번 얼굴 보자. 밥이나 한번 먹자’ 불러내서 그때 얘기하는 것이다, 제안을 밀어넣고 ‘이렇게 해라’고 했다”며 “거부하면 승진 안 되고 계속 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자유한국당과 극우보수 세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해 온 근거인 ‘논두렁 명품시계’에 대한 조작도 전했다.
이 증언자는 “논두렁 시계 아시죠? 그것도 국정원에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단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 심리전담팀이 어떻게 하면 더 치명적으로 갈 수 있을지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되는 ‘논두렁 명품시계’라는 단어를 사용해 서민 이미지의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고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대표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고, 얼마 후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권양숙 여사가 1억 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했고 중수부도 뒤늦게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은 치명적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2015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명품시계 논두렁 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 언론에 흘렸다”고 말한 바 있다.
‘논두렁 명품시계’를 처음으로 보도한 매체는 SBS, 이를 확대 재생산한 매체는 조선일보와 KBS 등이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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