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의 어쩌다 투자]"한국도 가상화폐 ICO 전면 금지"..암호화폐 싹 자를라
중국 이외 국가선 법 준수 여부 따져 허용
부테린 "ICO 전면 금지는 기술 발전 저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ICO는 가능..역차별 논란
마진거래도 전면 금지.."위법 여부 조사"
공정위, 자의적 출금 제한 등 약관 심사키로
정부가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모집 방법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력이 있는 정상적인 업체라면 ICO가 아니라 주식 공모나 크라우드펀딩같은 투명한 방법을 통해서 얼마든지 자금 모집이 가능하다”며 “ICO 금지를 산업 발전 저해보다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정부의 ICO 전면 금지가 산업 발전의 싹을 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ICO를 빙지한 유사수신, 다단계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가상통화(암호화폐) 취급업자를 선별하지 않고 일반화하여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형주 협회 이사장은 “이번 합동 TF의 조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내의 4차 산업혁명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논란도 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회의의 ICO 금지안에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행위에 대한 규제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곧, 해외 업체가 진행하는 ICO에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현재처럼 가능하다.
다만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법에 따른 ICO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하자 ICO 업체들이 미국과 싱가포르 국민들로부터는 자금을 모집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ICO 규제안이 구체적으로 도입되면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SEC가 ICO 규제 방침을 내놓자 그 즈음 진행한 ICO 프로젝트들은 미국인들의 자금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진행한 파일코인 ICO의 경우엔 미 SEC 규정을 모두 준수, 미국인들로부터도 자금을 모집했다.
최근 넥슨에 팔린 국내 최초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의 공동 창업자인 김진화씨는 "한국이 ICO 전면 금지 방침을 밝힌 만큼 해외 업체들의 로드쇼 등을 통한 국내 투자 유치 활동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신용공여 행위, 이른바 마진거래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규제입법 이전에 이뤄진 암호화폐 거래소의 마진거래 현황 및 대부업법 등 관련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위반시 엄정 제재할 계획이다. 실제 이와 관련 최근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은행 가상계좌를 통한 이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 간의 자율규제안에는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만 입ㆍ출금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용자 한 명당 1개의 가상계좌만을 부여하는 원칙을 적용하며, 은행의 암호화폐 거래소 실사 기준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들이 파악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20여곳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의적인 출금 제한 조항 등 불공정한 약관조항을 심사하고 시정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가상화폐’를 ‘암호화폐’로 고쳐 씁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은 이전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도 초기에는 실물화폐와는 달리 실체가 없다고 해서 가상화폐,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 등으로 불렀지만 최근에는 모두 암호화폐(cryptocurrency)로 용어를 통일했습니다. 참고로 정부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라고 부릅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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