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18 헬기 임무기호 'C'..광주시민 상대로 전투?
<앵커>
군 헬기 조종사들은 비행 뒤 꼭 기록을 남기는데 이걸 개인비행 기록표라고 합니다. 제대 후 민간 헬기 업체에 취업하려면 어떤 기종을 얼마나 조종했는지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군 기록에는 비행 임무까지 기록됩니다. 그리고 SBS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조종사들의 비행기록표를 입수했는데 임무기호가 알파벳 'C', 전투를 뜻하는 영어 '컴뱃'의 앞글자였습니다.
장훈경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80년 5월 22일, 광주로 출동한 공격헬기 코브라 조종사의 개인비행기록표입니다.
광주 출동 전에는 비행 임무가 대부분 훈련을 뜻하는 영어 트레이닝의 앞글자 T였는데 광주 출동 후부터는 C, 전투라고 적혔습니다.
이 조종사는 지난 95년 군 검찰 조사에서는 "광주 상공을 비행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했는데 부여 받았던 임무는 전투였던 겁니다.
[코브라 헬기 조종사 : 모르겠어요, 나는 무장수가 아니니까. 우리는 (실탄만) 싣고 다녔을 뿐입니다.]
역시 검찰 조사에서 공중 정찰이나 교도소에서 대기만 했다고 진술한 공격헬기 500MD 조종사의 기록도 비슷합니다.
광주에 투입된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전투를 뜻하는 임무기호 'C'가 적혀 있습니다.
[500MD 헬기 조종사 : 'C'는 전투(Combat). 거의 안 쓴다고 봐야지, (평소에) 전투할 일 있어요?]
당시 육군 헬기 부대장인 1항공여단장은 SBS와 통화에서 "자신이 임무를 내리진 않았지만 폭도 진압을 하니 임무를 전투로 적었을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헬기 비행 임무가 전투라 적힌 5월 20일은 계엄군이 자위권을 선포하기 전이었고 광주 시민은 비무장 상태였습니다.
[정수만/前 5·18 유족회장 : '화력 지원' 요청이라는 것은 헬기에서 사격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임무도 또 여기 내려올 때 그러한 임무를 띠고 내려왔으니까….]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 등이 지급 받은 무기 내역을 봐도 하루 이틀 사이에 수류탄 4천 8백여 개, 크레모아 지뢰 200개처럼 전쟁을 치르는 수준으로 무기가 지급됐습니다.
[전두환 (2003년 2월 인터뷰) :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폭동이야, 계엄군이기 때문에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국방부 5·18 특조위는 헬기 사격의 증거를 찾기 위해 광주에 투입됐던 헬기 조종사들을 설득해 개인비행기록표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장훈경 기자roc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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