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아베, 고이케, 마에하라..日정치 쥐락펴락하는 보수, 개헌파

김상진 입력 2017. 9. 2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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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는 아베보다 더 오른쪽, 핵무장론도 언급
아베에 앞서 헌법에 '자위대 명기' 밝혔던 마에하라
야권 내 호헌 세력은 갈수록 입지 좁아져..
고이케 "개헌 등 입장 같은 사람만 선별해 뽑겠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아베 신조 총리보다 극우 성향이 더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 지지통신]
일본 정치의 우경화는 더욱 가속될 것인가. 다음달 22일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반(反) 아베’를 기치로 야권이 급속도로 뭉치고 있지만 키를 쥔 것은 역시 보수파에 개헌론자 일색이다. 신당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보다 이념적으로 더 오른편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고이케가 만든 신당 ‘희망의당’에 합류 선언을 한 제1야당 민진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 역시 아베보다 앞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고 주장했던 보수주의자다. 여기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이끄는 자유당과 우익 정당 일본유신회까지 개헌파들이 총결집할 분위기다.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민진당 대표. [연합뉴스]
당명만 달리 할 뿐 원조 보수 자민당과 정치적 지향점은 모두 일치하는 셈이다. 아베 총리 역시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다. 오죽하면 26일 NHK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어차피 고이케도 개헌파’라고 직접 언급했을 정도다. 누가 정권을 잡든 일본의 극우 노선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태풍의 눈’인 고이케는 극우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아왔다. 당장 지난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 추도식’에 관례를 깨고 추도문을 보내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지사조차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각에선 조선인 학살이 정당방위였다는 우익의 주장을 지원하기 위한 속내가 감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1923년 일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를 강타한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지난 1일 도쿄 스미다구 도립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렸다. 학살된 조선인을 추도하는 비석 앞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과거 일본의 핵무장까지 언급했던 매파 고이케는 ‘군대를 가진 보통국가’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평화헌법을 고쳐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27일 밤 BS후지TV에 출연해서도 민진당 등 야권 인사의 신당 참여 조건으로 개헌 입장과 안보 자세를 꼽았다. 이어 “집단(민진당)이라기 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에 유리하다고 아무나 끌어들이지 않고, 가려서 뽑겠다는 것이다. 고이케의 발언은 사실상 호헌파인 민진당 내 리버럴(호헌파)을 배제하겠다는 의미다. 당내 반발이 불 보듯 뻔한 데도 마에하라 대표가 ‘고이케 신당 합류 선언’이란 배수진을 친 것은 현재의 무지갯빛 민진당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반도 위기가 부채질하고 있는 안보 불안 탓에 보수 깃발이 아니고선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벌어지는 현역 의원들의 집단 이탈 움직임도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7일 희망의당 창당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 지지통신]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야권 내 호헌 세력은 더 비주류로 전락하고 있는 처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야권을 대표하던 중도좌파 사민당은 공산당보다 인기가 없을 정도로 완전히 몰락했고, 민진당의 전신인 민주당 내에서도 리버럴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일 당대표 선거에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의원의 패배다. 에다노는 ‘원전 제로(0)’를 선언했던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 당시 관방장관을 지낸 리버럴의 차세대 기수다. 이런 가운데 당대표인 마에하라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진당 리버럴은 붕괴 직전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이처럼 평화헌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양심 세력들의 영향력이 줄면서 동북아의 역내 관계도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더해 일본의 우경화까지 진행되면서 긴장이 한껏 끌어오를 것이란 경고음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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