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VR·AR, 현실세계로 진격..페북이 10억弗 쏟는 이유

손재권 2017. 9.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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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노라인 혁신중 (下) / 가상-현실 경계 사라진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열린 연례개발자대회에서 증강현실 안경 개념을 발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손재권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페이스북 클래식 캠퍼스. 'MPK10'으로 불리는 이곳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12년 마련한 사옥이다.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거대 정보기술(IT) 업체였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사옥을 인수해 이사했다. 놀이동산 같은 느낌의 이 사옥에 페이스북 미래를 이끌 가상현실(VR) 플랫폼 오큘러스가 자리 잡고 있다. 페이스북이 2014년 무려 23억달러나 주고 인수한 회사다.

이곳에서 페이스북은 2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보여줄 실험을 하고 있다. '소셜 VR' 기술이다.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도 마치 한곳에 있는 것처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것처럼 VR 헤드셋을 쓰고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복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화면에서 VR를 즐긴다. 예를 들어 한국, 미국, 중국에 있는 친구 3명이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는 가상공간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셀카'도 찍는다. VR에서 경험은 아바타를 통해 이뤄지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오큘러스 관계자는 "페이스북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로 성장한 회사"라면서 "미래 사람들은 VR에서 소셜 활동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미래를 위해 오큘러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심정으로 10억달러를 투자했다. VR와 증강현실(AR)에 이 정도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뿐이다.

페이스북이 보는 미래 미디어는 무엇일까. 현재 VR, AR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생산성 혁명' 도구로 쓰이면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은 궁극적으로 PC를 '안경'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PC를 들고 다니지 않고 안경을 쓰면 실제 현실과 VR가 겹쳐 PC에서 하는 모든 작업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경을 쓰면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할 수 있고 메신저도 사용할 수 있다. 키보드도 필요 없게 된다. 맨손으로 바닥을 치면 센서가 손가락을 인식해 타이핑한다. 심지어는 허공에 타이핑을 해서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게 된다.

AR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노라인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이 같은 의지는 지난 4월 열린 페이스북 연례개발자대회 'F8'에서 확인됐다. 당시 저커버그 CEO는 기조연설에서 "AR는 디지털과 실제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혼합하고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AR를 통해 실제 세계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겠다. 지금 AR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15년 동안은 AR와 VR 기술이 컴퓨터 플랫폼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AR 기술이 현재 집집마다 있는 TV처럼 일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이 지금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 AR 플랫폼과 포켓몬고 같은 애플리케이션은 '완전 AR'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안경'을 플랫폼으로 하는 완전 AR는 아직 기술과 시장 모두 성숙해 있지 않다. 일단 현 수준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플랫폼인 스마트폰으로 먼저 구현하는 경쟁일 뿐이다.

최근 애플이 "미래 10년의 첫 작품"이라고 발표한 '아이폰X'의 핵심 기능이 AR인 점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애플은 이미 개발자들이 AR 앱을 만들 수 있도록 'AR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은 스웨덴의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와 손잡고 아이폰X용 이케아 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앱은 소비자가 매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가구 디자인, 크기, 높이 등을 AR로 확인할 수 있다. 이케아 고객이 원하는 가구를 집에 배치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구상할 수 있어 구매 결정에 도움을 준다. 이케아는 AR 앱을 통해 500~600개 제품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며 향후 출시하는 이케아 가구는 AR 앱을 통해 가장 먼저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처럼 애플은 모바일 AR를 통해 소비자를 만나고 이후 안경 등을 통해 '완전AR'를 구현하며 또다시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팀 쿡 애플 CEO는 "AR는 환상적인 쇼핑 방법이며 공부 방법이다. 우리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아이폰X으로 AR를 주류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바이너리VR의 류경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R 기술에 광학, 재료과학, 인지, 반도체 그래픽 등이 결합해 완전AR가 실현되면 거대한 혁신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노라인(No Line): 아마존 시애틀 본사에 위치한 '아마존 고' 매장에 붙어 있는 '노라인, 노체크아웃'에서 비롯된 말.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달로 온라인·오프라인, 제조업·서비스업, 가상·현실 경계를 구분하는 '라인'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멘로파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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