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900억에 인수된 연매출 7억짜리 암호화폐 거래소..넥슨은 왜 코빗을 인수했나

김도년 2017. 9. 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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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지주사 NXC, 코빗 인수..암호화폐 거래소 M&A 국내 첫 사례
NXC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성에 주목..신사업 확장 의도 아니다"
"한반도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된 암호화폐..버블 붕괴 위험도 조심해야"

'2017년 중 한국에서 비트코인 합법화가 이뤄진다. 일본은 비트코인으로 상품 구매 시 세금을 면제한다. 중국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합법화한다.'

지난 7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셰바 자파리는 놀라운 예측 결과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을 놀라게 한 암호화폐 업계의 '빅딜'이 지난 26일 국내에서 있었다.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사인 NXC가 암호화폐(Cryptocurrency·일명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것이다. 암포화폐 거래소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료 : NH투자증권
시장은 두 번 놀랐다. 공식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매각됐다는 사실로 한 번, 고작 연 매출 7억원(2016년)짜리 회사가 912억원(인수 지분 65.19%)에 인수됐다는 점에 또 놀랐다. 이재교 NXC 본부장은 "넥슨과 시너지나 신사업을 염두에 두고 코빗을 인수한 건 아니다"라며 "단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성장 가능성만 보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NXC가 레고 중개 사이트 '브릭링크'나 노르웨이 유아용품 명품 브랜드 '스토케' 등을 인수한 것처럼 코빗도 '앞으로 돈을 잘 벌어다 줄 것'이라 판단한 게 전부란 설명이다.

2013년 7월 설립된 코빗은 빗썸·코인원 등과 함께 국내 3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힌다. NXC가 평가한 이 회사 지분가치가 순자산가치 29억7000만원(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의 47배에 달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 들어 암호화폐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 거래량은 올해 초 1억 개 수준이었지만, 7개월 새 5억 개를 넘어서고 있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가게를 비싸게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 인지상정. 전문가들은 "버블 우려도 있지만, 암호화폐 거래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암호화폐의 출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에 '사토시 나카모토'란 개발자가 내놓은 비트코인이 시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본주의 화폐 경제의 위기가 대안 화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안 화폐에 대한 갈망과 정보기술(IT)이 만나면서 본격적인 가상화폐 거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대체로 화폐 개발자와 채굴자·거래소·투자자로 구성된다. 개발자는 사이버 공간에서 난해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풀면 암호화폐가 발행되는 구조를 짠다. 채굴자는 개발자가 제시한 문제를 풀어 가상화폐를 얻는다. 이렇게 발행된 암호화폐는 거래소에서 유통된다. 투자자들은 코빗·빗썸과 같은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이 이런 구조에서 유통되는 대표적인 암호화폐다.

황수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더리움·리플 등 또 다른 암호화폐도 관심을 받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암호화폐만 현재 1100여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자료 : NH투자증권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거래가 급증했다. 원화로 비트코인을 거래한 비중은 지난해 12월 0.05%에 불과했지만, 올해 8월에는 11.05%로 뛰어 올랐다. 저금리 환경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보니 1만원 단위로도 쪼개 살 수 있는 비트코인이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북한 핵실험 등 한반도 내 긴장이 고조된 것도 국내 비트코인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정치적 리스크가 커질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모습이 반복해서 연출되고 있다"며 "금이나 달러처럼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 성격을 키우고 있지만, 버블 붕괴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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