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킹스맨2’ 눈과 귀는 즐거운데…신선도↓ 아쉬움↑

입력 2017-09-27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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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킹스맨2’ 눈과 귀는 즐거운데…신선도↓ 아쉬움↑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이 드디어 개봉했다. 글로벌 관객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작품답게 55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국내 개봉 전 월드 와이드 수익 1억불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개봉 열흘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하더니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비밀리에 세상을 지키는 영국 스파이 조직 킹스맨이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본부가 폭파당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형제 스파이 조직 스테이츠맨과 함께 골든 서클의 계획을 막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스파이 액션 블록버스터다.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멘토였던 해리(콜린 퍼스)가 악당 발렌타인에게 총살당한 전편의 이야기에서 이어진다. “다른 사람이 ‘킹스맨’ 시리즈를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싫었다. 내가 직접 이 스토리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힌 매튜 본 감독이 최초로 속편을 만든 작품이다.

전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에그시의 성장기였다면 이번에는 그의 고난기다. 킹스맨 조직도 재건해야 하고 세상도 구해야 하고 해리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심지어 스웨덴 공주와 사랑도 해야 한다. 짊어진 무게가 태산 같은 그에게 전편에서만큼의 재기발랄한 모습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쨌든 에그시는 햇병아리에서 어느덧 킹스맨 조직을 이끄는 요원으로 성장했다. 조금 과장하면 17대1 대결에서도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전투 능력을 뽐낸다. 시작하자마자 펼쳐지는 택시 액션 시퀀스가 그의 향상된 능력치를 보여준다.

택시 액션 시퀀스는 ‘킹스맨’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부단히 노력한 느낌을 준다. 피 튀기는 잔인한 액션과 도통 어울리지 않는 음악의 아이러니한 조합은 ‘킹스맨’의 매력 중 하나니까. 아메리칸 록 밴드 프린스 앤 더 레볼루션의 ‘Let's go craz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몰아치는 에그시와 찰리의 액션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액션과 음악의 기막힌 조화는 한 번 더 있다. 엘튼 존의 ‘Saturday night's alright for fighting’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킹스맨들의 ‘매너 넘치는’ 액션은 압도적이다. ‘킹스맨’의 완벽한 귀환을 알리는 반가운 장면이기도 하다. ‘킹스맨’ 팬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명장면. 특히 엘튼 존은 노래뿐 아니라 직접 출연, ‘킹스맨’의 원초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엘튼 존은 1편에서 감독의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2편에 출연했다는 후문이다.


엘튼 존 외에도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출연했다. 킹스맨 조직이 초토화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이기 때문. 킹스맨과 일종의 협약을 맺은 스테이츠맨 조직의 일원들이 소개된다. 할리 베리, 채닝 테이텀, 페드로 파스칼, 제프 브리지스 등 스타 배우들이 합류했다. 스테이츠맨의 등장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서부 카우보이를 연상케하는 이들에게서는 ‘킹스맨’의 멋스러운 수트 패션과 절도 있는 액션은 볼 수 없다. 스테이츠맨의 분량도 많다. 부제를 ‘골든 서클’이 아니라 ‘스테이츠맨’으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다. 그 와중에 채닝 테이텀의 분량은 짠내 난다. 매튜 본 감독은 인터뷰에서 “채닝 테이텀은 3편을 고려하고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악당 포피의 활약도 다소 부진하다. 캐릭터는 강렬하지만 신선하지 않다. 전편의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과 방식과 행보가 비슷하다. 발렌타인이 휴대전화 유심 칩을 배포한 후 주파수로 사람들의 뇌를 움직였다면 포피는 마약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사람들을 망가뜨린다. 두 빌런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전작을 답습하는 설정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킹스맨: 골든 서클’을 봐야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해리의 귀환일 것이다. ‘킹스맨’의 매력은 역시 해리가 에그시를 만났을 때 화룡점정을 찍는다. 전편에서 총에 맞고 쓰러지면서 끝을 맺었던 해리. 그가 다시 돌아왔다. 매튜 본 감독은 “해리가 없는 ‘킹스맨’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관객들도 해리가 등장하는 킹스맨을 좋아할 것 같았다”며 “콜린 퍼스와 다시 일하고 싶기도 했다”고 밝혔다.

매튜 본 감독은 기가 막힌 방법으로 해리를 관객들 앞에 내놓았다. 설정은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것이라 신선하진 않지만 아이템만은 참신하다. 감독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전편과 이어지도록 틈새도 잘 메웠다. 더 나아가 보너스처럼 해리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를 재연하기도 했다(맥락 없는 장면이라 안 넣는 게 나았다). 박수칠 때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은데 3편이 나온다니 우려된다. ‘킹스맨: 골든서클’은 9월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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