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③ 열악한 국내 업계, 보라스 한국 지부도 가능?

2017. 9. 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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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스포츠 에이전트는 몇몇 사례를 통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실제 프로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거금을 버는 ‘슈퍼 에이전트’들도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에이전트들은 “제리 맥과이어는 환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은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6일 2017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선수대리인(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을 결정했다. 내년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간 실질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던 에이전트들이 이제는 양지로 나온다. 그러나 국내 에이전트 산업은 초보적 수준이다. 굵직한 선수를 보유한 한 에이전트는 “걸음마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제 막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 신생아 수준”이러고 잘라 말한다.

이 비유대로 국내 에이전트 업계 규모는 매우 영세하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업체도 많지 않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현재 활동하는 국내 업체 중 그나마 협상력을 가진 회사는 5~6개 정도라고 본다.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이 소속사에 있다. 이들은 프로야구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스포츠, 골프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아직 수익모델을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다.

동종 혹은 연관 업계나 프로야구판 내에서 일을 했던 종사자들이 에이전트로 전업한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대학 시절부터 마케팅이나 법률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에이전트는 극소수다.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폐쇄적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선수들과의 친분을 통해 ‘1인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이들도 몇몇 있다. 역시 제대로 된 임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수입이 없어 다른 일을 겸업하는 이들도 적잖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야구의 에이전트제 도입을 기본적으로 환영한다. 관련 종사자도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산업 규모 확장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에이전트당(법인 포함) 15명(구단당 3명)을 초과해 계약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사회에서는 이보다 적은 숫자의 초안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에이전트 산업이 급속도로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부족한 에이전트의 수를 늘리기 위해 선수협은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라이센스를 발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변호사 자격증, 스포츠 및 마케팅 관련 석·박사 등 일정 수준의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일단 백지화됐다. 범죄경력이나 신용불량 등 결격사유만 없으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다. 여기서도 무분별한 자격증 남발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업계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에이전트는 “2000년을 전후로 FIFA 공인 에이전트 바람이 불었다. 한국 첫 시험 당시 난이도는 매우 낮았다. 원래 영어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원칙인데, 그간 활동했던 에이전트들을 배려하고 신규 진입자를 만들기 위해 한글로 시험을 쳤다. 그 바람에 합격자가 대거 쏟아졌다”고 떠올리며 “그 중 지금까지 제대로 에이전트 활동을 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수만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처음부터 기틀을 제대로 잡아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업계에서는 이른바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선수를 뺏고 뺏기는 과정이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상도의를 어겼다"고 지탄받는 에이전트들도 있다. 수익 구조상 대형 FA 선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해외의 ‘대형 업체’가 KBO 리그에 상륙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할까. 이 경우 영세한 국내 업계의 상황상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구단 단장은 “자격 부여는 선수협이 관할하겠지만, 외국계를 불허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외국계 기업을 막을 명분은 없다. 현행 제도에 허술한 점이 많아 여러 가지 편법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시장에 올 가능성은 아직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KBO 리그는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돈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이번 에이전트제 시행에는 “아마추어 선수 계약 금지” 조항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금은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보라스 코퍼레이션 한국 지사’를 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라고 해서 꼭 큰 업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소 업체가 노하우를 발판 삼아 한국 시장에 상륙하는 시나리오가 언젠가는 실현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다. 우리보다 자격 요건이 더 깐깐하고 보유 숫자가 적은 일본보다는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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