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휴무' 놓고 대형마트·소상공인 갈등

성호철 기자 2017. 9.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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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2회 주말 휴무 제도 논란]
대형마트·일부 자영업자 단체 '주중 휴무'로 규제 완화 외치자 수퍼마켓·소상공인단체 반발
"의무휴일 전통시장 고객 늘어" "온라인몰·편의점 매출만 늘어" 규제 효과 놓고 의견 차이

현재 월 2회 주말에 쉬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 제도를 둘러싼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이 일부 자영업자 단체와 함께 "휴무일을 주말이 아닌 주중으로 옮기자"고 규제 완화를 외치자, 곧바로 수퍼마켓들과 소상공인단체가 "오히려 주말 휴무 횟수를 월 4회로 늘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수퍼마켓과 소상공인 단체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형마트 월 2회 주말 휴업 규제 완화’ 주장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 주말 휴업을 월 4회로 늘려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손계화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장, 이병덕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장, 인태연 유통상인연합회 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홍종진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주완중 기자

26일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주말 휴무를 월 4회로 늘리는 규제 강화안을 추진하는 데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동네 수퍼마켓이 대형마트의 확장 탓에 모두 사라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 소상공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 1만여 수퍼마켓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 21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한국자영업자총연대·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함께 국회에서 "일요일 의무 휴무제를 개선하자"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한국자영업자총연대의 오호석 대표는 "지난 5년간 대형마트 휴일 휴무에 따른 골목상권 반사이익은 거의 없었다"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이 쇼핑 자체를 하지 않으며 대형마트 인근 소상공인들의 '주말 장사'도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 제도 놓고 소상공인 간 갈등 커져

이에 대해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형마트에 대해 '영업 규제 흔들기' '방해 공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형마트들이 대표성 없는 자영업자 단체들까지 끌여들여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갑봉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우리가 동네 수퍼를 대표하는 단체인데 갑자기 미용사·공인중개사 등 전문서비스 업종 단체인 직능인단체연합회가 등장해 대형마트 규제를 풀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한국자영업자총연대는 사무실도 없고 법정 단체도 아닌 대표성 없는 임의단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호석 한국자영업자총연대 대표는 "한국자영업자총연대는 2014년 출범한 이래, 290개에 달하는 각종 소상공인 협회·단체들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의 자영업자 대표 조직"이라고 반박했다. 오 대표는 "휴무 규제 완화를 놓고 반발하는 소상공인연합회도 우리 총연대에 참여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쉬면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을 찾게 돼 소비자 불편만 가중시킨다"며 "일부 강경 소상공인 단체들의 규제 강화 주장이 마치 전체 소상공인의 의견으로 호도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대표는 이번 규제 완화에 찬성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의 회장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 효과 있나…시각차 커

양측은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지만 대형마트 규제와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완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다. 수퍼마켓 측은 "대형마트 규제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은 2014년 자체 조사에서 대형마트 의무 휴무일에 소상공인 점포 매출액은 10.4%, 고객 수는 11.4% 각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상백 의정부전통시장상인회 회장은 "시장 주차장에 주말 하루 1000대가 주차됐다면 대형마트 의무 휴일에는 1300여 대가 주차한다"며 "대형마트가 쉬기 때문에 더 많은 고객이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반면 대형마트 측은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발표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 분석'에서 대형 마트가 일요일에 휴업하는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2016년 카드 매출이 전년보다 오히려 5%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일요일 쉬면 소비자가 아예 쇼핑하러 나오지 않아 주변 전통시장의 매출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대형마트 반경 3㎞ 내 음식점의 카드 사용액이 꾸준히 증가해 동네 식당에 도움을 준다는 보고서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갈등만 커지는 이유는 양측이 모두 인정할 만한 대형마트 규제 실효성 연구가 없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소비자' 혜택이라는 관점이 없는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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