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운동하러 가냐고요? 퇴근하는 길입니다!"

박상현 기자 2017. 9.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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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후 집까지 뛰어가는 '퇴근런' 열풍
스마트폰 앱 통해 거리·운동량 등 체크
인스타그램 인증사진 한달새 1000여건

오후 6시, 퇴근. 직장인 신동천(33)씨는 양복과 셔츠, 구두를 벗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러닝(running)용 티셔츠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스마트폰은 암밴드(팔에 두르는 주머니 달린 밴드)에 꽂았다. 스마트폰의 달리기 앱을 켜고 서울 소공동 회사부터 10㎞쯤 떨어진 월곡동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광교사거리 부근 청계천 산책로 출입구로 들어가 정릉천을 지나 6호선 월곡역 출구로 나오는 코스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퇴근 후 이렇게 달려요. 뱃살도 없애고 교통비도 아끼죠."

운동화끈 질끈 묶고 뛰어서 퇴근한다. 날이 선선해지고, 건강 챙기려 달리는 직장인이 늘면서 일명 '퇴근런(run·뛰어서 퇴근하기)'이 유행하고 있다. 무작정 뛰는 건 아니다. 달린 경로와 거리·속도·운동량을 측정해 효과적인 운동 계획을 세워주는 달리기 앱이 이들의 '코치'. 극심한 교통체증 피하고, 도심 구석구석을 눈으로 즐기는 건 덤이다.

◇러닝 인증하는 '런스타그램' 열풍

'퇴근런'의 부상은 인스타그램에 달리기 사진을 올리는 '런스타그램' 유행의 연장선에 있다.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이 저마다 달리기 앱을 만들어 러닝 열풍에 불을 댕겼다. 이들 앱의 특징은 소셜미디어에 달리기를 '인증'하기 편한 사진을 만들어준다는 것. 운동이 끝나면 '셀카'를 찍고, 여기에 자신이 달린 거리·경로·시속 그래프와 브랜드 로고를 박아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만들어준다. 인스타그램에 '#런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검색이 용이하도록 단어 앞에 #을 붙이는 방식)를 검색하면 달리기 사진 100만 장이 쏟아진다.

출근과 퇴근 복장이 다르다. 직장인 신동천씨는 퇴근 시각에 맞춰 정장을 벗고 러닝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는 청계천 길을 따라 서울 월곡동 자택까지 10㎞ 거리를 내달려 55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고운호 기자

'#퇴근런'을 달고 올라온 사진도 최근 한 달 새 1000장을 넘어섰다. 초저녁 공기가 선선해진 처서(處暑)를 넘기면서 '퇴근 러너'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돈 한 푼 들지 않는 데다 퇴근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게 이들이 꼽는 '퇴근런'의 장점. 유산소 운동이라 잦은 회식과 운동 부족으로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디자이너 박성호(52)씨는 일주일에 두 번 퇴근길에 홍제천을 따라 달린다. "두 달쯤 꾸준히 달려 몸무게도 5㎏이 줄었다"고 했다. "비싼 돈 들여 끊은 헬스클럽은 늘 작심삼일로 끝났죠. 운동기구 사용법도 어렵고, 개인 트레이닝을 받으라는 권유도 귀찮고요. 퇴근하고 바깥 공기 마시며 뛰다 보니 잡생각도 사라지고 체력도 좋아졌어요. 집 들어가면 몸이 노곤해 잠도 푹 자요."

◇'퇴근런' 하려면 소지품은 간소하게

정장 차림으로 출근한 직장인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달려서 퇴근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퇴근 러너들은 "소지품 간소화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직장인 이정훈(30)씨는 승용차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날에 퇴근런을 즐긴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신용카드 한 장만 꽂아 출근해요. 입고 간 정장은 회사에 걸어두었다가 차 타고 출근하는 날 같이 싣고 오죠."

고등학교 교사 조은(32)씨는 "집이라는 목적지를 정해놓되 매번 다른 길로 달리는 게 요령"이라고 했다. "지도 앱이 알려주는 '최단거리'로만 달리다 보면 지겨워져요. 눈으로 여러 장소와 풍경을 다양하게 즐기면서 달려야 싫증 나지 않아요." 그는 "서울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 길이 나 있는 곳인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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