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주성원]바나나와 무릎 시위
[동아일보]
▷캐퍼닉의 팔뚝 키스는 당분간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캐퍼닉이 아직 소속 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흑백 혼혈인 캐퍼닉은 지난 시즌 국가가 연주될 동안 “유색인을 차별하는 나라를 위해 일어서지 않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에 대한 항의였다. 이 때문에 논란을 피하기 위해 팀들이 계약을 꺼린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NFL 선수들의 ‘무릎 시위’를 비난하면서 ‘원조’ 캐퍼닉이 다시 화제가 됐다. 트럼프에게 항의하는 뜻으로 NFL 선수 200여 명이 무릎을 꿇었다.
▷2014년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브라질 출신 다니 아우베스가 관중이 그라운드로 던진 바나나를 집어 들어 먹어버린 일이 있다. 바나나는 유색인을 원숭이 취급하는 차별의 상징이다. 이후 많은 선수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나나를 먹는 사진을 올렸다. 박지성은 인종차별 발언을 한 존 테리의 악수를 거부했고, 박찬호는 팀 벨처에게 인종 관련 욕설을 듣고는 ‘이단 옆차기’를 날린 적이 있다.
▷1965년 유엔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한 이후 인종차별은 대부분 국가에서 금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 팀에 최소 3만 스위스프랑(약 3500만 원)의 벌금 부과를 명문화했다. 한국에서도 ‘면책 가능성이 고려될 필요가 없는 행위’이자 ‘손해배상 청구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위’(남기연 단국대 교수)다. 스포츠 스타의 저항이 눈에 띄는 것은 대중 영향력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인종 차별을 빗대 “트럼프가 증오를 다시 유행시켰다”고 올린 트윗도 반향이 컸다. NFL의 무릎 시위가 다시 한 번 인종차별 논란을 달구고 있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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