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안 건드린 작가가 팔리는 작가 되기도 하죠

이후남 2017. 9. 2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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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 수상
"민중미술전 출품작 싸게 구입
억대에 파는 대신 미술관에 기증"
26일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받은 이호재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상이라기에 쑥스러웠는데 ‘문화후원’이라니 작가들과의 관계가 떠올라요. 저하고 관계가 30년 이상된 작가들이죠. 나중에 이 작가들의 가치가 어떻게 될까 싶었지만 제 생전에 황재형, 임옥상 이런 작가들이 팔리는 작가가 될 줄은 몰랐어요.”

미술작가들의 창작활동을 꾸준히 지원해온 것 등의 공로로 26일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받은 이호재(63) 가나아트·서울옥션 회장의 말이다. 그는 1983년 29세로 가나화랑을 창립한 이래 로댕·세잔·샤갈 같은 서구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를 프랑스와 한국에 운영하고, 미술경매회사 서울옥션을 창립하는 등 여러 ‘국내 최초’를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본래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며 “경영학보다 장사의 정도로 접근했다”고 초창기 화랑 운영을 돌이켰다. “고객들이 저보다 더 지식이 많고 그림도 다 잘아는 분들이라 설명이라는 게 필요없었죠. 솔직하게 대하며 신뢰를 쌓는 수밖에. 그 분들이 구해 오라는 그림을 구하며 좋은 화상은 좋은 고객을 만나는 것, 좋은 그림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걸 알았죠.”

그는 자신의 일하는 원칙으로 "작가는 남이 안 건드린 작가, 일은 필요한 일”을 꼽았다. "그러다보면 팔리는 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고 필요한 일을 하다 보면 돈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한 작가 작품이 잘 팔리면 (레지던시 등 창작후원제도를 통해) 젊은 작가 다섯 사람을 먹여살릴 수 있다”면서도 "일찌감치 잘 팔리는 작가가 되는 게 해인지 득인지 모르겠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그의 다양한 일화 중에는 과거 민중미술전 출품작을 한꺼번에 구입한 일도 있다. "작가들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작품이 좋아서 사는 경우도, 작가가 좋아서 사는 경우도 있죠.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흐름이었지만 팔리는 작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작품가도 쌌고. 전체가 650만원쯤이었을 거예요.”

나중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들 작품 가운데 몇 점을 골라 억대에 구매의사를 밝혔을 때, 그는 전체를 기증해 지금처럼 전시하는 길을 택했다.

경영일선에선 한 발 물러나 있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고 했다. 2014년 설립한 가나문화재단에서 미술계 장인, 콜렉터 등을 조명하는 자료를 꾸준히 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그는 특히 "콜렉터가 대우받는 시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콜렉터가 좋은 작품을 사는 게 자랑스럽고 그 작품이 사회적 자산이 되는 선순환을 보고 싶어요.”

특별제작된 펜과 함께 이번에 받은 1만 5천유로의 상금은 1천만원씩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그리고 가나아트센터가 자리한 서울 평창동을 포함한 지역문화단체 평창문화포럼에 기증한다. 필기구·시계 등으로 이름난 몽블랑이 17개국에서 시상하는 이번 상은 그동안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등이 받은 바 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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