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4차 산업혁명위, 권한 없이 위상만 총리급"

김도년 입력 2017. 9. 27. 01:01 수정 2017. 9. 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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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출범했지만 현장 반응 떨떠름
민간위원은 비상근, 실무자는 관료
신규 전략 수립하거나 실행에 한계
장병규 위원장도 조직의 한계 인정
현판식에 참석한 김영주 고용부 장관, 장병규 위원장,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왼쪽부터). [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26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 간판을 내걸었다. 위원장에는 40대 정보기술(IT) 벤처기업가 출신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44)이 위촉됐다. 총리급 민간 위원장과 20명의 민간 위원을 내세우며 ‘민간 주도’를 강조했지만, 정작 IT 업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고 보니 새로운 전략을 세우거나 실행할 권한도 없는 ‘무늬만 총리급’ 위원회”라고 지적했다.

장병규 신임 위원장도 새 조직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판식 후 기자간담회에서 “민간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겠지만, 이를 정부에 강제할 권한은 없다”며 “자문기구란 역할을 인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도 정부가 가져온 안 중에서 매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전략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관련 정책은 주무 부처인 중기벤처부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법적으로는 정책을 심의·조정할 권한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부처 간 혼선을 고려해 ‘신중 모드’부터 취하는 모습이다.

출범 첫날부터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것은 위원회 구조도 한몫한다. 위상은 ‘총리급’이지만 장병규 위원장의 임기는 1년. 게다가 위원장부터 20명의 민간 위원 모두 비상근직인 데다 실무자들은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 등에서 파견된 관료들이다. 장기적인 정책 추진보다 심의·자문 기구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5명의 장관급 정부 위원 안에서는 미래형 인재 양성 대책을 수립할 교육부나 로봇세·기본소득 등 AI 시대에 맞는 사회안전망을 논의할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도 빠져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빚어진 ‘창조 경제’ 개념 혼선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도 개별 부처 간 ‘동상이몽’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는 단기적으론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대통령이 이야기해 온 개념에 방점을 둬야 정부가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정이 이렇다보니 4차 산업혁명위원회 정부 위원으로 합류한 산업자원통상부가 따로 최근 융합신산업촉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민간 전문가 130여명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도 사물인터넷(IoT)·로봇·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 대한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융합신산업촉진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조직 위상은 달라도 실제 역할은 비슷해 보인다”며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개념 적립이 안되다보니 정책 중첩 현상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를 꼽았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개인금고보다 은행에 돈을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하듯, 개별 서버보다 클라우드에 정보를 저장하는 게 더 안전한데도 우리나라 공공기관들은 클라우드를 쓰지 않는다”며 “클라우드 속 데이터가 인공지능의 식량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관련 규제부터 풀어줘야 AI 시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광형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도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인해 원격의료·빅데이터 등 모든 신산업 발전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런 제도부터 합리적으로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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