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짜리 육사 테니스장 철거 앞둔 까닭은

권경성 2017. 9. 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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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경기 구리시 육군사관학교 부지에 총면적 5,820㎡(1,760평) 규모 실내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26일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6월 29일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양종수 육군 중장은 박영순 당시 구리시장을 육사로 불러 점심을 먹으면서 실내 테니스장을 교내에 지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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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먹힌 줄 알고 개발제한구역에 건축

시장은 불법 알면서도 “단속 지양” 지시

감사원 “뒤늦게 시정 나서는 바람에 헛돈”

개발제한구역인 육군사관학교 안에 허가 없이 지어진 실내 테니스장. 대한테니스협회

지난해 3월 경기 구리시 육군사관학교 부지에 총면적 5,820㎡(1,760평) 규모 실내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대한테니스협회가 2015년 7월부터 8개월 동안 32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이 테니스장은 현재 철거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6일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6월 29일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양종수 육군 중장은 박영순 당시 구리시장을 육사로 불러 점심을 먹으면서 실내 테니스장을 교내에 지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학교 안이 개발제한구역이었기 때문이다. 개발제한구역에 전체 면적이 3,000㎡가 넘는 건축물을 지으려면 ‘개발제한구역 관리 계획’을 세운 뒤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육사 교장이 무허가 건축을 허용해 달라고 청탁한 셈이다.

불법 행위를 단속해야 하는 박 전 시장도 의무를 잊었다. 이튿날 전화로 양 전 교장에게 “국토교통부 관련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대답을 했다. 이를 ‘국토부와의 문제는 구리시가 해결할 테니 공사를 추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양 전 교장은 2015년 7월쯤 주원홍 당시 테니스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사에 착수하라”고 주문했다.

박 전 시장은 계속 우군이었다. 구리시 실무자로부터 “무단 설치 시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보고를 받고도 “단속보다는 적극적으로 행정처리에 협조하라”거나 “과도한 단속을 지양해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불법 건축물을 방치한 것이다. 이후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구리시의 지도ㆍ감독은 없었고, 박 전 시장은 양 전 교장으로부터 “실내 테니스 코드 재개장과 신축 공사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테니스협회는 테니스 동호회 등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해 부당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구리시가 불법 행위를 알고도 지도ㆍ단속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말 언론 보도로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에야 뒤늦게 시정을 요구하는 바람에 30억여원이 투입된 테니스장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양 전 교장과 박 전시장이 이미 퇴직한 만큼 인사 자료로 활용할 것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했다. 아울러 구리시장에게 불법 테니스장을 건축한 테니스협회를 고발 조치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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