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LED조명 공공입찰 기준'

입력 2017. 9. 26. 20:16 수정 2017. 9. 27.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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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발광다이오드(LED)조명 보급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엘이디조명 교체를 위한 2천억원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관련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공공조달 기준을 둘러싼 잡음이 크다.

엘이디조명 보급 확대의 본뜻인 에너지 효율 향상보다 수출 확대 등 산업육성 차원에서 기준이 마련된 탓이다.

엘이디조명기구업계가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공공조달 기준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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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효율 인증제품이면 1점
수출실적 있으면 3점
전형적 내수형 상품인데
거꾸로 수출상품 우대

고효율 인증기준도 낮아
소모전력 낮아도 덕 못봐

[한겨레]

빠르게 성장하는 발광다이오드(LED)조명 보급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엘이디조명 교체를 위한 2천억원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관련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공공조달 기준을 둘러싼 잡음이 크다. 공공기관들이 엘이디조명 입찰 과정에서 제품 성능이나 에너지 효율과 상관없는 잣대를 들이대서다.

26일 엘이디조명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 제시하는 엘이디 조명기구 입찰 기준이 국내 관련 업체의 기술 향상과 성능 개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엘이디조명 보급 확대의 본뜻인 에너지 효율 향상보다 수출 확대 등 산업육성 차원에서 기준이 마련된 탓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공공기관 우수 조달물품 지정관리 규정’에 따르면, 엘이디 조명기구는 ‘고효율에너지 인증’을 받으면 1점 가점이 주어지는 반면, 수출 실적은 한건이라도 있으면 3점을 받는다. 공공조달 입찰에서 가점 최대 한도는 5점인데 수출 실적에 3점이나 배정하는 것은 엘이디조명 산업의 특성과 시장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엘이디 시장은 삼성전자, 엘지(LG)이노텍, 서울반도체 등 대기업이 광원을 내는 반도체칩이나 핵심부품 모듈을 공급하고, 이를 250여 중소기업들이 완제품으로 패키징(정밀조립)해서 공급하는 구조다. 2016년 엘이디조명 공공시장은 솔라루체, 금경라이팅, 파인테크닉스 등 중소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한때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중소기업 분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15년 경력의 한 엘이디조명회사 대표는 “조명기구는 이용자 편익에 맞춰서 설치, 관리해 전형적인 내수형 산업”이라며 “수출에 절대적 가점을 주는 것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방침을 세워놓고 연비가 훨씬 낮고 가격도 비싼 수출용 모델을 우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꼬았다.

산업통상자원부 2014년 고시인 ‘고효율에너지 인증제품 기준’도 국내 기술의 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 조명기구는 밝기, 색감, 소모전력의 효율성(광효율성) 등으로 제품 성능을 구별하는데 국내 제품들은 밝기와 색감에서는 대부분 기준점 이상이다. 결국 같은 밝기라도 소모전력이 적은, 즉 광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우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나 공공조달시장에서 요구하는 고효율 제품 기준은 지나치게 낮아 변별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엘이디평판등 보급품의 인증 기준은 3800루멘(lm) 이상의 밝기에 1와트로 95루멘 이상의 효율을 충족하도록 한다. 1루멘은 촛불 1개의 밝기다. 인증 기준을 충족하려면 40와트급 평판등이면 가능한데, 국내 중소기업 출시 제품은 대부분 그 이하로 효율이 우수하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1와트 전력으로 촛불 210개를 켠 수준의 밝기(210루멘)를 내는 칩을 지난해부터 양산해 국내 조명기구업체에 공급하고 있다”며 기술 수준의 빠른 진화를 설명했다. 에너지관리전문기업 금호이앤지 관계자는 “30와트 이하의 엘이디평판등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업체 수만도 20개 이상인 상황에서 현 인증기준은 국내 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에게 기술개발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엘이디조명 시장 규모는 2조2천억원으로, 최근 5년 새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보급률은 공공 46.6%, 민간 24.7%로 50%대를 넘어선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상황이다. ‘탈원전·탈석탄’이라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수요관리 강화가 필수이고, 특히 국내 전력사용의 약 20%를 차지하는 조명 분야의 효율 향상이 중요하다. 엘이디조명기구업계가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공공조달 기준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도 같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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