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판매점 협회 "자급제, 완전 허구..통신비 더 늘어"

김동표 2017. 9. 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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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토론회
"유통망 없는 외산폰 사라지고
삼성전자+SK텔레콤 쏠림 가속"
"25%선택약정할인도 사라져"


단말기는 단말제조사에서, 이통서비스는 이통사에서 개별 구매하자는 취지의 제도인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관련 토론회에서 융단폭격을 맞았다. 자급제가 통신비 인하는커녕 오히려 비용을 증가시키고, 소비자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26일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완전자급제 성토장이었다. 이통시장을 뿌리째 뒤흔드는 법안임에도 그 목적과 취지, 실효성 등이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판매점협회 "자급제하면 '삼성전자+SK텔레콤'만 살아남는다"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먼저 "25년동안 통신산업 현장에 있으면서 ICT한국의 역군으로서 자부심도 있는데, 이 모든 구조를 엎어버리겠다는 법안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자급제 법안이, 휴대폰 판매상인들이 중간유통과정을 장악해 이윤을 독차지 하고 있다는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고 봤다.

박 부회장은 "'폰팔이' 다 사라져라. 그러면 통신비 내린다'라는 인식이 자급제 여론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애플이 단말기시장의 85%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자급제를 실시한다는 이유로 출고가가 내려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외산폰이 국내에 들어와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망 적합성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단말기의 통신성능을 시험하는 것이다. 외산폰은 이 테스트가 2~3달 걸린다. 비용도 수억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무역상이나 보따리상이 외산폰을 들여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말이 안된다. 보따리상이 어떻게 수억이 드는 망 테스트 비용을 감당하나. 터무니 없는 자급제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급제는 거대 단말제조사와 거대 이통사만이 살아남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통신비혜택 '25%할인', 자급제되면 존재이유 사라져"
김연학 서강대 교수는 "선택약정할인 제도 등 기존의 유용한 제도들이 자급제로 인해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효과가 불투명한 자급제 대신, 기존 제도를 가다듬어 충분히 실효성 있는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에는 이동통신요금의 25%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제도가 있다. 4만원짜리 요금제가 1만원이 할인 돼 3만원이 되는 제도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실제 혜택이 정말 크고, 이런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파격적인 소비자 친화제도다. 그런데 이 법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근거하고 있다. 자급제가 도입되면 단통법은 폐기해야 한다. 25%요금할인을 날려버린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자급제시 이통사가 선택약정에 상응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요금할인 혜택을 자발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자급제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통시장의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그나마 보조금이라는 무기를 갖고 SK텔레콤에 대항해 왔다. 그런데 보조금을 원천차단하고 순수통신서비스 품질 경쟁으로만 가게되면, 후발사업자들은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컨대 특별한 유인없이 휴대폰을 구매하는 고객은, 이통사를 선택할 때 브랜드 지명도가 높은 SK텔레콤을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SK텔레콤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선택권은 오히려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급제시 단말기 유통구조에서 중간과정이 사라짐으로써 유통마진이 줄어들고, 따라서 최종 출고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자급제의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이 제기됐다.

하태규 고려대 교수는 "휴대폰 판매점 등 중간유통망이 사라진 자리는 단지 제조사 유통망이 대체하는 것이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유통망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실제 최종소비자가 부담하는 총액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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