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르포]넥타이족·유커 몰려든 백화점·대형마트.."최장연휴가 '약' 됐다"

박성의 입력 2017.09.26. 17:19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6일 찾은 서울 주요 백화점·마트
선물세트 사려는 관광객과 직장인으로 문전성시
고가 상품부터 실속형 공산품도 '완판행진'
"최장연휴에 여행수요 증가, 선물세트 선구매 늘어"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일 년에 부모님 한 번 뵐까 말까 하잖아요. 기왕이면 좋은 거 드리고 싶어서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지하 1층 식품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김진환(28) 씨는 “취직하고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라며 “얼마 안 되는 월급이지만 괜찮은 선물을 고르고 싶어 백화점에 들렀다”고 말했다. “부모님께는 한우를 드릴 것”이라는 김씨의 꼭 쥔 왼손에는 이미 빨간 홍삼세트가 들려있었다. 취업준비생 시절 김씨를 살갑게 챙겨줬다는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몫이라 했다.

26일 롯데백화점 소공동점 지하 1층 식품코너. 추석 선물세트를 사려 몰려든 직장인과 중국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데일리 DB.
26일 찾은 서울 시내 인근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추석선물을 사려는 인파로 붐볐다. 평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간, 매장이 휑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백화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선물을 고르러 온 ‘넥타이 부대’와 한국을 방문한 일본·중국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백화점만큼은 일명 ‘김영란법’의 영향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그늘도 찾을 수 없었다.

오후 12시경 찾은 롯데백화점 소공동점의 지하 식품코너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소고기나 수산물 등 신선식품보다는 비행기로 운송하기 편한 포장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인 부부가 꽃으로 만든 차와 곶감세트 등을 구경하자 옆에 선 직원이 “헌 하오!”(정말 좋아요)를 연신 말했다. 신선식품 매장 직원은 “중국인들이 한번 사면 한국인보다 세 배씩은 사간다. 통이 크다”고 귀띔했다.

해외에서 공수한 이색 선물세트도 관심을 모았다. 수족관에 담긴 아일랜드에서 수입한 브라운 크랩과 블루랍스터이 꿈틀꿈틀 움직이자 지나가던 한 주부가 “여행 가기 전 선물해야 하는데, 이거 빨리 가져갈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브라운크랩과 블루랍스터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산지에서 직송해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해준다.

롯데백화점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매장도 선물을 사러 온 고객들로 북적였다. 꽉꽉 들어찬 손님들 틈바구니에 매장 직원들은 “이제 곧 품절입니다!”를 외치며 마지막 ‘떨이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백화점 추석상품은 정가판매가 원칙이지만, 일부 매대 직원들은 3% 추가 할인 등을 내걸며 직접 가격 흥정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고가의 상품을 많이 구매할 경우 3~5만원은 더 깎아줄 수 있다”며 고객 발길을 사로잡았다.

26 롯데마트 서울역점. 과일선물세트 진열대 앞에 인파가 몰려있다.
대형마트는 중저가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2만~6만원대의 과일세트와 햄 세트 앞에 주부들이 몰려있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경기가 안 좋아 걱정했는데 추석장사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라며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고객들도 늘었다. 이에 미리 선물세트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출이 신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와 대형마트는 세트상품류 판매가 순풍을 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추석을 앞두고 100세트 한정으로 준비한 초고가 한우 프리미엄 선물세트(130만원) 물량이 모두 다 팔렸다. 360만원짜리 ‘법성수라굴비세트’ 20세트도 완판됐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60세트로 준비한 120만원짜리 ‘명품 목장한우 특호 선물세트’가 모두 팔렸다. 100만원짜리 ‘명품 한우 특호’도 180세트 중 160세트가 판매됐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대비 매출이 40% 가량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8월9일부터 9월24일까지 건식품과 축산관련 세트상품판매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4%, 22.3% 늘었다.

박성의 (sl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