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백남기 농민 사망 살수차 조작 경찰관 2명 '청구인낙서' 제출.."유족에 용서 구한다"

정희완 기자 2017. 9.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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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백남기투쟁본부 주최로 지난 7월 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남기농민 국가폭력사건 발생 600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고(故) 백남기씨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과 병원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숨진 고 백남기 농민과 유족들이 국가와 경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당시 살수차를 실제로 조종했던 말단 경찰관들이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청구인낙서 제출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들의 청구인낙서에는 “경찰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단을 내렸다”, “유족들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저희가 속한 조직이 야속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경찰관 한모·최모 경장 측으로부터 청구인낙서를 제출받았다.

앞서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인 지난해 3월 백 농민과 유가족들은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살수차를 직접 조작했던 한모·최모 경장 등을 상대로 총 2억4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백 농민 등은 한·최 경장에 각 5000만원씩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사건 당일 백 농민에 살수한 차량은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충남살수9호’였다. 당시 시위·진압 과정에서 동원된 전남지방경찰청, 광주지방경찰청 살수차의 호스가 끊기면서 충남지방경찰청청 소속 차량이 대신 투입됐다. 당시 충남 일선경찰서 소속이었던 두 경장이 충남살수9호차에서 살수를 했다.

이날 한·최 경장의 소송 대리인은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구인낙서에서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이상 더 이상 유족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이를 모두 수용하고자 한다”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사고 이후 유족들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려고 하루에도 수십 차례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으나 경찰의 최고 말단 직원으로서 조직의 뜻과 별개로 나서는 데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저희가 속한 조직이 야속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명령에 따라 배치된 곳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하던 중 급히 지시에 따라 사고현장으로 배치된 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복된 명령에 따라 그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이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실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이 수반됐고 그 고통의 한 순간에 저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한·최 경장은 “이제 더 이상 비겁한 변명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라며 “유족들의 아픔에 대하여 국가가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저희 스스로 용기를 내어 사죄드리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양심의 소리에 따라 결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저희가 사고 이후 겪어온 고통이 유족들이 감내한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저희가 속한 경찰청의 의사와 무관하게 힘겨운 결단을 내리게 됐다”라며 “어떠한 형태로라도 이 사건의 청구인낙과는 별개로 유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7월에도 재판부에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백 농민과 유족들의 청구를 전부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을 당시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을 맡았던 신윤균 총경도 조만간 재판부에 청구인낙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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