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많은 기업, 재무제표 주석사항 보고 찾아라

박동흠 2017. 9. 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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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2017개정판) 표지/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79]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을 거둔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의 역작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포드 주식은 38달러로 올라갔다. 포드는 쌓아 놓은 현금이 주당 16.3 달러나 되었다. 내가 보유한 포드 주식 모두에 대하여 주당 16.3달러의 보너스가 마치 환불금처럼 숨어 있었다.

나는 이 회사를 시가 38달러가 아니라 주당 21.7달러에 사는 셈이었다. 주가 38달러로 계산하면 PER가 5.4였지만, 주가 21.7달러로 계산하면 3.1이었다."

피터 린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계산할 때 단순히 시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누어 계산한 게 아니라 시가에서 한 주당 현금성자산을 차감해서 계산했다. 즉 기업의 주식을 38달러를 주고 사오는데 그 기업이 16.3달러를 갖고 있으니 결국 21.7달러만 지불한 셈이다. 이렇게 기업이 현금성자산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수익가치까지 창출해내는데 주가 마저 싸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피터 린치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번째 현금성자산은 정확하게 순현금성자산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즉 재무상태표의 자산에 표시된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서 부채에 표시된 차입금을 제외하고 봐야 한다. 차입금 없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진정 부자기업으로 볼 수 있겠지만, 차입금이 현금보다 더 많다면 결국 그 돈은 회삿돈이 아닌 은행 돈으로 봐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재무상태표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1조2668억원을 갖고 있다고 표시했지만, 갚아야 할 차입금 총계만 16조2849억원이므로 결국 보유 현금 보다 빚이 더 많은 기업이다.

대한항공 2016년도 연결재무제표 주석사항
두 번째 현금성자산 외에 숨겨진 금융상품들을 더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주로 보통예금으로 구성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기도 하고,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적금 성격의 단기금융상품, 1년 이후에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금융상품을 갖고 있기도 한다. 또한 국공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도 있고, 주식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도 있으며 투자부동산에 여윳돈을 투자한 기업들도 있다. 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에서 사업을 위한 재투자를 하고 남는 잉여현금을 여기저기 분산시켜 놓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자금운용 성향이 다 제각각이라 금융자산들 역시 재무상태표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므로 결국은 투자자가 열심히 찾아볼 수밖에 없다.

상장기업 종목코드가 가장 빠르면서 무차입기업인 동화약품의 2017년도 반기 재무상태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13억원으로 표시되어 있고, 그 외에 눈에 띄는 금융상품은 없다. 그러나 재무제표 주석사항을 찾아보면 숨겨진 금융상품이 더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화약품 2017년도 반기 재무제표 주석사항
재무상태표에는 기타금융자산 한 줄로만 표시되어 있어서 간과하기 쉬운데, 이 계정과목과 관련된 주석사항을 살펴보면 단기금융상품 260억원과 장기금융상품 50억원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단기금융상품과 장기금융상품을 재무상태표에 표시하는 편인데 이 기업은 기타금융자산 한 줄로만 올려 놓았다. 재무상태표에 금융상품이 표시가 안 되어 있어서 없나 보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면 숨겨진 310억원은 놓칠 것이다.

한편 게임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2017년도 반기 재무상태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1601억원, 단기금융상품 1186억원, 매도가능금융자산 1조6722억원, 투자부동산 2378억원 등 자산가치가 큰 금융자산이 꽤 많다. 금융자산들의 구성 내역을 주석사항에서 찾아보면 채권 6413억원, 상장주식 9273억원 등 환금성이 높은 금융자산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투자부동산 주석사항을 보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공정가치는 이미 재무제표상 금액 보다 무려 1,040억원 더 큰 약 3,405억원이라고 공시되어 있다. 이렇게 주석사항에서 정보를 찾다 보면 재무상태표 이상 금액으로 자산을 보유했는지도 확인된다.

재무상태표는 계정과목명이 짧게 압축되어 표시되고 자세한 정보는 주석사항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되어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기업을 분석할 때 재무제표 주석사항이 너무 길고 복잡해서 자세히 안 보고 넘어가 버린다면 진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가늠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투자의 성공은 기업의 분석력에 의해 좌우되고 기업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중요한 주석사항 내용까지 다 찾아봐야 하므로 많은 시간 투입이 필요하다. 번거롭더라도 이렇게 기업 분석에 공을 들이면 진흙 속의 진주도 발견할 수 있고 결국 투자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지런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열어 재무제표부터 주석사항까지 다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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