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블랙리스트' 김기춘 항소심 재판 직권으로 진행

강진아 2017. 9. 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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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이유서 지각 제출은 부적법" 판단
오는 10월17일 항소심 재판 본격 시작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관련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7.09.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진아 나운채 기자 = 법원이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뒤늦은 항소이유서 제출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직권으로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결정했다. 김 전 실장 등의 재판은 오는 10월17일 본격 진행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26일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과 변호인 측 입장을 들은 후 "항소이유서는 기한이 지나 제출됐고 적법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본안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특검 측은 김 전 실장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 적법하지 않다며 항소 기각을 해달라고 주장했고, 김 전 실장 변호인은 법원의 직권조사로 심리할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났다는 점은 양측 의견이 같고 변호인 측은 사선 변호인 선임 후부터 새로 기간을 봐야한다는 주장도 냈지만 현재로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나 적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직권조사로 항소심을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직권조사 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가 있을 때에는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항소이유로 본안을 심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 사건은 김 전 실장이 직권조사 사유가 있다며 자세히 의견을 내고 있다"며 "직권조사 사유는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고 그 범위 내에서 본안 심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 측도 항소했고 그 이유와 관련해서도 변론을 열어 심리하는게 타당하다"며 "다만 본안 심리는 특검 측은 항소 이유를 중심으로, 김 전 실장 측은 직권조사 사유를 중심으로 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원칙에 따라 향후 본안 심리를 준비해달라"며 "직권조사사유 범위를 두고 여러 견해가 있는데 향후 재판을 진행해나가며 양측에서 주장을 하고 입증 과정을 통해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검과 김 전 실장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항소이유서 지각 제출과 관련해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검은 "국정농단 특검법에 따르면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은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받은 이후 7일로 김 전 실장은 제출기간이 지나 항소이유서를 낸 것이 명백하다"며 "김 전 실장이 낸 항소장에도 항소이유를 표시한 바 없다. 항소이유서 제출은 적법치 않아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직권조사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 규정이 없다"며 "변호인이 주장하는 국회 위증 혐의 고발의 적법성 및 공소사실 특정 등이 직권조사 사유로 보일 수 있으나 이미 1심에서 충분히 변론했고 그 판단은 정당하다. 직권조사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형식적으로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것은 명명백백한 잘못이지만 항소이유서 제출이 늦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은 그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로 심리할 사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관련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7.09.26. bjko@newsis.com

변호인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종료된 후 김 전 실장을 위증으로 고발해 절차상 문제가 있으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심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국조특위가 종료된 후 고발한 것은 죽은 사람이 고발한 것과 똑같다"며 "재판부가 충분히 공소기각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과 판결문에는 부당개입을 했다는 정도의 가치평가만 있고 직권남용죄의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며 "범죄자들이 병원 직원들에게 살생부를 주면서 환자를 죽여달라고 했고 사망했을 때 어떻게 죽였는지 그 경위는 없고 의사·간호사의 진료행위에 부당 개입했다는 내용밖에 없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직권조사 사유가 없다해도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직권심판 사유가 있다"며 "중요한 사회적 비중을 차지한 사건으로 재판부가 원칙적으로 심리해주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소송기록 접수 통지는 김 전 실장에게 지난달 21일, 국선 변호인에게 22일 도착했다. 김 전 실장은 23일 국선 변호인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고 항소이유서는 법원에 30일 접수되면서 이른바 지각 제출 논란이 일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임에도 법정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가 아니다.

김 전 실장은 검은 안경을 끼고 환자복을 입고 법정에 나왔고 재판 끝무렵 재판부가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향후 김 전 실장 등의 항소심과 함께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의 사건을 병합해 진행할 뜻을 밝혔다.

akang@newsis.com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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