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아나추이 "버려진 물건들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

김아미 기자 2017. 9. 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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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 문화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문화는 각각의 문화가 그 문화 자체로 존재하죠. 식민지에서 자란 저는 서구문화에 관한 교육을 받으며 진짜 나의 문화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나이지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73)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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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출신 세계적 현대미술가 한국 첫 개인전
엘 아나추이. (바라캇서울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제1세계, 제2세계, 제3세계 문화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문화는 각각의 문화가 그 문화 자체로 존재하죠. 식민지에서 자란 저는 서구문화에 관한 교육을 받으며 진짜 나의 문화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나이지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 설치미술가 엘 아나추이((El Anatsui·73)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 초청된 적이 있지만 국내 상업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7일부터 ‘관용의 토폴로지’라는 주제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버려진 금속 소재들을 이용한 태피스프리 신작들을 비롯해 판화 등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 9점을 소개한다.

엘 아나추이, Skylines, 2008 (바라캇서울 제공) © News1

엘 아나추이는 “한국도 가나도 식민지배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나의 배경 때문에 내가 세계 무대에서 소개될 때 ‘어디에서 왔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예술은 예술일 뿐 국가로 구별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식민지에서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면서 아프리카 본토의 문화가 아닌 서구 문화를 배웠다”며 “예술을 전공하면서부터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이 있었음을 느끼게 됐는데, 그것이 우리 지역(아프리카)의 콘텐츠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후부터 나의 문화가 갖는 상징에 집중하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엘 아나추이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버려진 병뚜껑 등 수많은 알루미늄 조각을 구리 끈으로 엮어 금속성의 태피스트리처럼 만들고 이를 구기고 접어 변형시킨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를 통해 소비와 낭비, 환경이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특히 식민지 시대 반강제적인 무역협정에 따라 수입된 술병 뚜껑을 모은 그의 작업은 동시대 아프리카 문화에 여전히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서구 문화의 영향을 은유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후기 식민주의’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 아나추이, Skylines, 2008, 세부이미지 (바라캇서울 제공) © News1

작가는 “금속 소재를 사용해 작업을 하는 경우, 금속은 필요에 따라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우리네 삶과도 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버려진 소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만져서 숨결이 닿은 것들에는 그 사람의 DNA나 에너지가 남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소재를 작품에 적용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가 생겨나고 역사와 이야기가 전달된다”고 말했다.

엘 아나추이의 작품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드영미술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독일 뒤셀도르프의 쿤스트팔라스트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그의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 파리 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전시 행사에서 소개돼 왔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Lifetime Achievement)을 받았다. 전시는 11월26일까지 볼 수 있다.

한편 바라캇서울은 고대 예술품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글로벌 화랑 바라캇의 서울 분점이다.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런던, 로스앤젤레스, 아부다비 지점에 이어 지난해 10월 서울에 문을 열었다. 바라캇을 이끄는 파예즈 바라캇(Fayez Barakat)은 고고학 전문가 겸, 컬렉터, 갤러리스트, 작가로 4대째에 걸쳐 전세계에 총 4만여 점의 수준 높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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