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읽을만한 책>트럼프·브렉시트·최순실 농단.. 세상을 위기에 빠뜨린 '反지성'

최현미 기자 2017. 9. 26. 11: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反)지성주의.’ 이번 추석에 완전정복해 볼 이슈로 추천한다. 최근 서점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라면 본질적인 것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의 연장선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성찰하려는 움직임이다. 대상은 정치, 경제, 사회, 법적 시스템과 인간의 윤리·도덕으로 뻗어가는데 ‘반지성주의’는 이 모두와 연결돼 있다. 한마디로 “우리는 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멍청이가 됐나”이지만 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은 책은 모리모토 안리(森本あんり)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의 ‘반지성주의’(세종서적·왼쪽 사진)이다. 주의할 것은 반지성주의가 글자 그대로 ‘지성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기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 반지성주의다. 신학자인 저자는 미국 종교사를 풀어내며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한다. 다만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서 보듯 반지성주의에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위험성이 항상 내재해 있다. 포퓰리즘에 휩쓸리기도 하고 권력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결국 반지성주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성’이다.

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고유서가·오른쪽)는 현대 지성사의 고전이다. 1964년 저작인데 국내엔 뒤늦게 올해 출간됐다. 이 역시 미국의 반지식인 전통의 저류에는 복음주의 신앙에 입각한 민중의 반권위주의적 심성이 있다며 그 핵심에는 지식을 독점하는 엘리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미국 정치저술가 존 주디스의 ‘포퓰리즘의 세계화’(메디치), 국제 문제 전문가 톰 니콜스의 ‘전문가와 강적들’(오르마)은 각론으로 함께 읽으면 좋다. ‘포퓰리즘의 세계화’는 엘리트에 대한 반발, 권위의 몰락 속에 전 세계에서 포퓰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했고, ‘전문가와 강적들’은 이런 흐름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전문가를 어떻게 위기에 빠뜨렸는지를 흥미롭게 살핀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의 ‘위기의 이성’(아르테)은 이 모든 책의 철학적 기반이 되는 책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문화닷컴 바로가기|소설 서유기|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